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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의 「루마니아」방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닉슨」미국대통령은 7월하순에서 8월초에 걸쳐「필리핀」과 태국등 월남참전국을 포함하여 5개 아주국가들을 순방한후 공산「루마니아」를 방문한다고 발표되어 동서양진영에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닉슨」대통령의「루마니아」방문은 공산동구와의 관계를 조정, 개선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하지만, 그의 방문시기는 「모스크바」에서 열렸던 세계공산당대회에서 공산세계의 분열상이 과거 어느때보다 뚜렷이 노정된 뒤로. 소련 고위대표단의「루마니아」방문직후이자 제20차「루마니아」공산당대회직전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있다. 더욱이「닉슨」대통령의「루마니아」방문후 일정이 미정이어서 이미「닉슨」대통령을 초청한 동구의 딴 공산국가, 특히 대소 관계에 있어「루마니아」와 공동보조를 취해온「유고슬라비아」도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동구에 있어서「루마니아」가 차지하는 위치로보아「닉슨」의 이번 방문은 미국과 동구관계가 새로운 차원에 들어갈 것으로도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동구권에서 「루마니아」는 1960년 이내로 어느 나라보다도 독자적외교노선을 추구해왔던 것인데 이에 대해 소련은 중공의 파문, 「체코」침공과 후일의 무력개입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이른바 제한적 주권론승인, 나아가서는 극도로 약화된 소련의 영도권 재확립을 목적으로 주도한 세계공산대회에서 모호하기 이를데 없는 기본문서를 작성하는데 진력했다. 「니콜라에·차우세스쿠」당 제일서기겸 국가평의회의장의 영도하에 「루마니아」는 「체코슬로바키아」의 비극을 피하기 위해 대소관계에 있어 교묘한 줄타기를 해온 만큼「닉슨」대통령의 방문을 개기로 소련권으로부터의 완전이탈은 아니더라도, 국가이익을 앞세우는 정책을 수행해 나가는데 크게 힘입을 것이 내다보인다. 또「루마니아」는 소·중공간의 날로 악화해 가는 분열에 있어 엄정중립을 지켜온 공산국가로서 「닉슨」대통령은 양자간의 교량역을 하고있는「루마니아」에서 소-중공 관계의 진상을 파악, 이 공산세계의 두 거인을 포함한 세계대전략을 꾸미는 데에도 도움을 받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루마니아」방문 후에「닉슨」대통령이 여타공산국가들을 곧 뒤이어 방문하진 않더라도 장차 순방할수 있는 문호를 열어놓게 될것도 예상되고 있다.
「닉슨」대통령의 「루마니아」방문 목적이 어디 있든간에 이것은 필시 소련과 동독·「폴란드」등 일부 강경파 공산국가들에 큰 자극을 줄것이 내다보이며 결국 미-소 양대국간에 가로놓인 여러가지 현안문제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만은 거의 확실하다할 것이다 . 미-소간의 주요 현안문제로서는 ①전략무기제한회담개최(8월초로 예정) ②중동문제를 에워싼 4대국회담 ③월남평화회담의 향배 ④다탄두「미사일」및 요격「미사일」생산, 배치문제등을 들수있다.
「닉슨」대통령은 취임한지 1개월만에 구주방문에 올랐을때 자기는 『반세계주의자』가아니라고 언명하였던 만큼, 월남전후의 안보문제를 관계국들과 토의하고 또 공산국가에까지 방문의 길을 넓히는 것은 예상돼오던 일이다. 「닉슨」대통령의 「루마니아」방문이 소련에 어느 정도의 자극을 주는 한이 있더라도 2차 대전종전을 전후하여「루스벨트」대통령과「트루만」대통령이「얄타」및「포츠담」을 방문했던 것에 뒤이어 이번 그의 동구행은 미대통령으로서는 처음 있는 공산국 방문으로, 앞으로 동구내에 자유화의 바람을 더욱 불어 일으키는데 첫 출발이 됨직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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