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공통 한자 800자 발표 … 미래세대 소통할 발판 만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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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중국·일본의 각계 저명인사로 구성된 ‘한·중·일 30인회’가 3국 공통의 상용한자 800자를 선정해 8일 발표했다. 3국 간 과거사·영토정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공통의 상용한자를 책정함으로써 아시아의 공유가치를 확산하고 세 나라 미래세대의 교류를 보다 활성화자는 인식에서다. 이 제안은 3국 정부 협의체인 한·중·일 협력사무국을 통해 각국에 전달된다.

 중앙일보가 신화사(중국)·니혼게이자이신문(일본)과 공동 주최해 이날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도야(洞爺)시 윈저호텔에서 연 30인회 8차 회의는 ‘미래를 지향하는 한·중·일 협력’이란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3국 공통의 상용한자 선정은 3년 전 한국 측의 제안에 따라 추진돼 왔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중국의 인민대, 일본의 교토(京都)대가 중심이 돼 일본의 교육용 기초한자 1006자와 중국의 상용한자 2500자 중 겹치는 한자 995개를 뽑아냈고 이를 한국의 기본한자 900자와 대조해 최종적으로 공통 상용한자 800자를 도출했다. 30인회는 “3국의 젊은이들이 800자의 한자를 익히게 되면 어느 정도 상대방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지적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일본 총리는 “3국은 때론 다투고 으르렁거릴 때도 있지만 지리·역사·민족적으로 운명의 유대를 갖고 있다”며 “한·중·일이 공통의 말을 갖는다는 건 상호 이해를 하는 데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령 전 장관은 “800자 공통 한자 선정은 3국의 미래세대에 공유가치를 전달하는 첫 단계로 아시아의 지혜 기반이 될 것”이라며 “ 앞으로는 한·중·일이 각각 채택하고 있는 한자체(정자·간자·약자)의 공유 방안, 글자는 같지만 뜻은 전혀 다른 단어들의 정리 등 관련된 논의를 계속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30인회는 올가을 중국에서 실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공통 상용한자의 활용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9월 일본 정부의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국유화 조치 이후 중·일의 최고위급 인사가 일본에서 얼굴을 맞댔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쩡페이옌(曾培炎) 전 중국 부총리는 “3국이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해양 부문에서 공동 협력계획을 제정하면 서로 해양 발전에도 좋고 분쟁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당장 쉬운 문제인 해양오염 해소를 위한 문제부터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 [한·중·일 공통 한자 800자] 보기

  특별취재팀=한우덕·박소영·박종근 기자, 김현기·서승욱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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