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중국 두 여고생, 명문교 모범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아시아나기 사고로 숨진 왕린자 부모가 8일 딸 모교인 저장성 장산중학교에서 오열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아시아나 여객기에 탑승했다 사망한 중국인 여고생 2명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슬픔을 더하고 있다. 둘은 모두 저장(浙江)성 취저우(衢州)시 최고 명문인 장산(江山)중학(고교 과정 포함) 고등학교 1학년생이다. 모두 착하고 다재다능해 학교와 부모들의 기대가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왕린자(王琳佳·17)는 이 학교 고교 1학년 10반 반장이었다. 48명의 학생 중 성적은 1~2등을 다퉜다. 그는 미국으로 떠나기에 앞서 반 친구들에게 “귀국한 후 반드시 다시 보자”는 약속을 하고 7일 오후 3시31분(현지시간) 그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go’(간다)라는 글자를 남겼다. 그리고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가고 말았다. 그의 ‘go’라는 글을 본 네티즌은 8일 현재 141만 명에 달했다. 평소 그의 웨이보를 본 네티즌은 평균 12만 명 정도였다.

 왕의 바로 옆 반이었던 예멍위안(葉夢圓·16) 역시 ‘재능 소녀’였다. 학업성적 우수자들이 차지하는 학교 학습위원으로 활동했는데 특히 영어와 물리를 잘해 위원회에서 두 과목 대표를 맡았다. 그는 미국으로 떠나기 전인 4일 오후 9시5분 웨이보에 ‘444444’라는 숫자를 남겼다. 네티즌들은 그가 왜 중국에서 죽음을 뜻하는 ‘4’를 여섯 번이나 반복했는지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가 남긴 숫자는 95만 명이 읽었다. 평소 그의 웨이보 단신을 읽는 네티즌은 9만 명 정도였다.

 한편 관영 중앙TV(CC-TV)는 8일 사망한 2명의 여고생 중 한 명은 샌프란시스코 공항 구급차에 치여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미 소방 당국 민디 탈마드지 대변인은 “법의학관이 중국인 소녀의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을 한 결과 사망자 중 한 명이 입은 부상은 자동차에 치일 경우 나타나는 상흔과 유사하다는 소견을 냈다”고 밝혔다.

이날 숨진 여고생 두 사람의 가족 12명과 중국 정부 관계자 6명이 아시아나 측이 제공한 항공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해 미국으로 출발했다.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출발 탑승구 앞에서 유가족을 맞이하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