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의자에 앉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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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만 1년만에 올라온 서울. C다방 구석진 의자, 역시 1년만에 앉아본 자리다. 지금은 내게서 영원히 떠나가 버린 S와의 사랑이 처음 시작된 곳이 이곳이었으며 또한 우리의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곳 역시 이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내게서 떠난 그녀를 원망하고 싶은 마음이라기 보다 내 아름다웠던 추억을 영원히 새기며 아끼고 싶은 마음에 나는상경했고 그 자리에 다시 앉아본 것이다.
그녀도 만일 나와의 사랑을 지금껏 엊지않고 있다면 어느 기회에 한번쯤 앉아 보았을 구석진 의자. 「아카시아」꽃향기 그윽한 오월이면 나는 꼭꼭 이 자리를 앉아 오는 버릇이 있었다. 나와 그녀와의 사랑을 영원히 갈라놓았던 어르신네들의 딱한 사고방식을생각한다.
어쩌면 금년이 마지막 앉아보는 것일지도모를 구석진 이의자에서 어느 하늘아래 살고있을 그녀의 행복을 비는 마음으로 내 생활을 이끌어나가기로 결심했다.

<박동주·전남 화순군 도석면 정천리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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