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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롤리타」의 작가 「나보코프」 7년만의 신작 「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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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살아있는 소련태생의 천재작가 「블라디미르·나보코프」소설 『롤리타』이후 7년만에 새 소설을 발표했다.
제목은 『아다』(열정)-어느 가문의 이야기를 다룬 이 소설은 작자가 전에 내놓은 소설 중 가장 긴 것의 갑절이나 되며 그 문맥의 난해성으로 말하면 가장 어려운 소설로 지목되고 있는 「제임즈·조이스」의 「율리시즈」에 비교할만하다.
이것을 읽는 신간평론가들이 진땀을 빼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의 소설에서는 다른 어떤 현대문학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환희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독자들은 해설가들의 풀이에 의존할 필요는 없으며 나보코프를 일종의 배은망덕한 백계 「러시아」인처럼 깎아 내리려는 과격파 평론가들의 악평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도 없다. 나보코프는 유일한 현존 천재작가라 불러서 조금도 손색이 없는 사람이다.
필자 역시 결정적인 서평을 내세울 수는 없지만 소설 『아다』를 네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생각해 보겠다.
①매양 기로에 부딪치게 마련인 인생을 인류학적으로 그리고 있다. 「나보코프」는 실제로는 패망을 가져 온 옛 전쟁에 승리했어야 마땅하다고 결정함으로써 역사를 자신에 알맞도록 뜯어고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②시간을 예술가의 장난감으로 만드는 새로운 이론을 펴고있다.
예를 들면 그는 1886년에 있은 「크레미아」전쟁을 「제트」전투기가 날아다니는 현대전으로 그리고있으며 또 그 옆으로는 「아라비안·나이프」에 나오는 마법 주단이 유유히 날아다니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③꼬집어 말하면 「톨스토이」의 『안나·카레니나』, 일반적으로는 소련 소설 전반, 그리고 나아가서는 소설 전체를 풍자적으로 뒤집어 놓은 것이 이 소설이 아닐까 한다. 필자는 나보코프 연구 권위자인 「알프레드·아펠」의 도움으로 이러한 해석을 내리게 된 것이다.
④하나의 애정소설이다. 『이 소설은 설상 14세 때 12세의 사촌누이를 사랑하게 되는 철학자의 추억담이다.
그러나 아다는 철학자 반의 사촌이라는 관계에 머물러있고 둘의 애정결합문제를 해결하는데 80여년을 소비한다는 얘기다.
나보코프는 자기의 망명 및 방랑생활에서 소재를 얻어 하나의 찬란한 문화를 쌓아올린 것이다. 장기나 두고 말씨름이나 하는 「반」과 나비를 수집하는 아무추어 생물학자인 「아다」를 연결시키고 이들을 「러시아」적인 미국무대에 올려놓은 그의 수법은 매우 이채롭다.
나보코프의 신작 소설 『아다』는 시간성을 초월한 걸작이다.
그가 「노벨」상을 받지 못한다면 이는 그가 부족해서라기 보다 상이 부족한 탓이다.
세계문화의 움직임을 소개하는 이 난은 전 세계에 있는 본사 취재망과 본사가 입수하는 1백여종의 외국신문·잡지를 참고로 마련, 매주 1회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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