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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휴대폰 은밀하게 훔쳐본다 … '인간 사파리' 관찰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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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LG유플러스 UX개발센터의 여성 차장 3인방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담당한 서비스인 U+스토어, 모바일 쇼핑 등 의 화면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LG유플러스]

“지하철 옆자리 사람의 스마트폰을 자꾸 훔쳐보게 돼요. 신기한 기능을 다루면 사진 찍고 싶은 충동에 시달려요.”(상효진·35·여)

 “택시 타면 내비게이션의 사용자환경(UI)을 알아보려고 이것저것 누르다가 기사님께 혼나기 일쑤예요.”(서혜경·37·여)

 “신제품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무조건 사요. 집안이 포장상자로 가득 찼어요.”(유현주·35·여)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LG유플러스 본사 UX(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개발센터.

 LG유플러스의 여성 차장 3인방은 자리에 앉자마자 ‘직업병’이라며 고민을 털어놨다. 각각 UX디자인·산업공학·심리학을 전공한 이들은 LG유플러스가 내놓는 모든 서비스의 UX 기획과 디자인, 개발을 담당한다. 10대 청소년에서 6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사용자가 가장 쉽고도 섬세하게 사용하도록 서비스를 설계하는 작업이다. 지난해 회사가 국내 최초로 구글과 협력해 내놓은 스마트TV 셋톱박스 ‘tv G’나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 ‘U+박스’ 같은 서비스가 이들의 손에서 나왔다.

 UX는 주로 휴대전화나 TV 같은 전자기기 제조사가 신경 쓰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통신·인터넷 등 정보기술(IT) 업계 전반에 UX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폰의 사양이 상향 평준화됐잖아요. 다들 큰 화면에 고화질, 가벼운 무게를 자랑하죠. 이제는 고객 만족도가 내부 메뉴의 미적 감각이나 간편함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아요.”(상효진) LG유플러스는 팀 규모로 운영하던 UX 부서를 올해부터는 30여 명 규모의 UX개발센터로 승격했다. ‘UX가 사운을 가른다’는 인식 때문이다.

 UX센터의 별명은 ‘인간 사파리’다. 열 길 물속보다 알기 힘든 한 길 사람 속을 알기 위해 도입한 에스노그라피 기법 때문이다. 문화인류학에서 원주민 연구에 주로 쓰는 참여관찰 방식으로, 침팬지 연구가로 유명한 제인 구달이 사용해 유명해졌다.

“사파리의 동물들을 관찰하듯 고객의 일상을 직접 들여다보는 거죠.”(서혜경) 주부·학생·직장인 같이 다양한 이들로 모집단을 선정해 이들의 하루 일과를 실제로 함께한다. 출근길 버스에서는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는지 트위터를 하는지, 비 오는 날에는 스마트폰을 어느 쪽 손으로 드는지, 요리를 하면서 듣는 음악 목록은 어떻게 고르는지 같은 시시콜콜한 일상을 하나하나 관찰한다. 떨어져 있을 때에는 현재 모바일기기로 하고 있는 일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실시간 전달받기도 한다.

 관찰을 통해 얻은 정보는 기능에 곧바로 적용한다. “tv G를 기획할 때 4인 가족의 TV 시청을 관찰했는데, 원하는 바가 서로 달랐어요. 부모들은 ‘자녀들과 대화할 시간이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했고, 자녀세대는 ‘스마트폰을 보다 말고 리모컨을 찾기가 귀찮다’고 했죠.” 그래서 넣은 기능이 스마트폰에서 보던 콘텐트를 터치 한 번으로 TV 화면으로 보내 함께 볼 수 있는 ‘폰 to TV’와 온 가족의 사진을 관리하는 ‘가족앨범’이다. 사진을 보며 가족이 함께 대화하고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은 리모컨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고객 반응이 좋자 다른 업체들도 스마트TV에 이 기능을 넣었다.

 UX센터는 ‘아마조네스’다. 사내 직원 남녀 성비가 9대 1인데 이곳은 3대 7이다. 섬유예술·심리학·문헌정보·전산통계 등 전공 배경도 제각각이다. 두 달에 한 번씩은 모든 팀원이 회사 밖으로 나가 전시회나 세미나에 참석한다. 새로운 자극을 위해서다.

 개발부서 사업부, UX센터는 매번 ‘플러스(+), 마이너스(-)의 싸움’을 벌인다. 사업팀과 개발팀은 서비스에 많은 기능을 넣기 원하고, UX에서는 단순함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버튼 하나를 넣을까 뺄까로 두 시간씩 회의하기도 해요. 사업성과 기술 완성도, 고객 편리함, 그 절묘한 교집합에서 고객 만족이 나오는 것 아닐까요.”(서혜경)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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