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찾아와야지, 비겁하다" … 기성용은 SNS 폐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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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기성용(24·스완지시티)이 3일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폐쇄했다. 기성용은 “너무나 중요한 시기이기에 축구와 가정에 매진하겠다”면서 “항상 즐겁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표면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맥락과 전후 사정을 살펴보면 그리 간단치 않다. 최강희(54) 전 대표팀 감독과의 갈등으로 보일 만한 소지가 다분하다.

 논란의 출발은 6월 초 기성용의 트위터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성용은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3연전(6~8차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최 감독은 부상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축구계에선 기성용이 최 감독과 코드가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미묘한 시점에 기성용은 “리더는 묵직해야 한다. 안아줄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을 적으로 만들면 리더 자격이 없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최 감독을 겨냥한 글이라는 논란이 일자 기성용은 교회 설교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당시엔 침묵을 지켰던 최 감독이 전북 현대로 복귀한 뒤 몇몇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그 사건과 기성용에 대해 입을 열었다. 기성용을 언급하며 “용기가 있으면 찾아와야지, 그런 짓은 비겁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보도가 나간 직후 기성용이 SNS를 폐쇄한 것이다. 최 감독의 비판을 듣고 자성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라면 상관없지만, 머리를 짧게 깎으라는 선생님의 지시에 완전히 삭발하는 것으로 반발하는 모양새로 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최 감독은 “더는 신경 쓰고 싶지 않다”며 피곤한 기색을 보였다.

 윤석영(23·퀸즈파크레인저스)은 이 같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최 감독의 인터뷰 중에는 “혈액형으로 수비수를 얼추 판단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최 감독은 B형에 비해 O형 수비수는 종종 덜렁거린다며, 이란전 실수로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김영권이 O형이라는 점을 거론했다. 윤석영은 3일 오후 트위터에 “2002 월드컵 4강-이영표, 김태영, 최진철, 송종국. 2012 올림픽 동메달-윤석영, 김영권 김창수 그리고 아쉽게 빠진 홍정호. 이상 모두 O형. 그 외 최고의 수비력 박지성 O형”이라는 글을 남겼다. 최 감독에 대한 반박으로 오해를 살 여지가 충분하다. 최 감독은 ‘혈액형론’이 농담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윤석영이 전 국가대표 감독에게 공개적으로 대응한 뒤였다. 황선홍(45) 포항 감독은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것이다.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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