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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깊이 읽기] 위기에 처한 한국호를 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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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전환시대의 생존전략

김경원 지음, 삶과 꿈

322쪽, 1만5000원

현재 대한민국은 실존적 위기상황에 처해있다. 그러나 지난 반세기간동안 평화를 소비하는데만 익숙해진 우리에겐 그 위기라는 것이 전혀 감지되지 못하고 있다. "평온한 시대"에 정치인과 논평자들은 평화주의적 어휘들을 풍성하게 펼쳐놓고 있다.

그러나 역사에는 언제나 위기를 경고하고 생존전략을 제시하는 예언자들이 있었다. 이 책 역시 우리에게 예언자적 성격을 갖는다. 본서는 대한민국 생존의 조건인 국제질서의 구조적 전환이 무엇을 의미하고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또 그런 변화된 세계 속에서 우리가 염원하는 민족통일의 길은 정말로 있는가, 자유의 본질은 무엇이며 그것과 정치체제 특히 민주주의와는 어떤 관련을 갖는가 등 우리 시대의 최우선 아젠다를 깊이 성찰한다.

심오한 철학적 배경과 생생한 역사적 감각 그리고 진한 문학적 향기가 숙성된 언어와 문체로 참으로 노련하게 분석된 '대한민국의 생존진단서'와 '예언자적 처방'은 독자들에게 분명히 신선한 충격을 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생존문제가 단순한 외교적 기술이나 여론의 향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근본적으로 전환시대에 대한 철학적 입장과 올바른 역사적 안목의 문제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하지만 그는 결코 손쉬운 처방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안전과 번영과 통일'이라는 한민족의 '약속받은 땅'으로 가는 길을 찾는 올바른 접근방법을, 명쾌한 논리와 신중한 자세로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저자가 이 책을, 마키아벨리처럼 지도자를 위한 '비망록'으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 플라톤처럼 모두가 토론에 참여할 수 있는 '교과서'로 쓴 점이다.

따라서 저자의 통찰력과 지혜로운 가르침이 한 번 번쩍하는 것으로 끝나버린다면 그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주체나 자주의 감성에 흥분하여 위험으로 가득찬 국제정치의 창공을 향해 날개를 펴는 남북한의 무모한 이카루스들에게 현자 다이달로스처럼 태양의 뜨거운 열을 분명히 경고하기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생각하고 또 토론하면서 그와 함께하는 지적 여행은 차갑지만 동시에 달콤한 지성적 '아이스크림'을 맛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강성학 교수(고려대 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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