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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정상회담 배석자들이 본 중국 서열 1·2·3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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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방문(6월 27~30일) 중 만난 중국 실력자를 둘러싸고 다양한 후일담이 외교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중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등 국가 서열 1~3위를 모두 만났다. 그 때문에 이들의 지도자로서의 면모와 인간적 풍모, 스타일들이 화제를 낳고 있다.

 우선 시 주석의 경우 진지하고 신중한 스타일이란 평가가 많았다.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한 정부 관계자는 1일 “시 주석은 소탈하면서도 진지하고 깊이가 있어 보였고 매사 정중하며 진솔하게 얘기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박 대통령과 대화에서 한반도 문제 등 일부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즉시 답을 하기보다는 에둘러서 말하는 어법을 구사한다는 느낌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다른 배석자는 “시 주석이 포용력 있는 지도자라는 인상이었고 말이나 행동에서 큰 나라 지도자의 기품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박 대통령과 함께 한자리에 나란히 설 경우 박 대통령보다 조금 뒤에 선다든지 이동할 때 박 대통령에게 ‘먼저 가시라’고 손짓하는 것 등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예정에 없던 오찬을 제의하고 이 자리에 중국의 ‘국민가수’인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를 동반하고 나오는 파격을 보이기도 했다.

 정부 외교라인 핵심 관계자는 “시 주석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캘리포니아 회동 이후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보다 자신의 의견을 더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안다”며 “중국은 집단지도체제여서 대체로 지도자들이 말을 조심하는 스타일이지만 시진핑은 조금 더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리 총리에 대해선 “경제 문제에 대해선 소신이 뚜렷해 시종 자기 논리를 정확하게 구사했다”고 한 배석자가 전했다. 그러나 리 총리 역시 “북한 문제 등에 대해선 중국의 공식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듯한 인상이었다”고 했다. 리 총리는 국제무대에서 ‘미스터 리 스타일’로 불린다. ‘리 스타일’은 전임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달리 유머와 위트를 섞은 거침없는 언행을 구사한다고 해서 얻은 표현이다. 이를 염두에 둔 박 대통령은 리 총리와 만나 “리 총리님은 ‘미스터 리 스타일’이라고 굉장히 국내외적으로 호평을 받은 것으로 들었다”고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외교라인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시진핑·리커창·장더장 등 핵심 3인을 다 만났는데 세 사람과 나누는 주제가 각기 다르긴 했지만 경제 전문인 리 총리나 대북 전문인 장더장 위원장을 만나서도 북한 문제에 대해 얘기를 많이 했다”며 “전하는 톤은 달랐지만 세 사람 모두에게 동일한 메시지를 던져 집단지도체제의 중국에 대해 집단 컨센서스를 이끌어내려고 노력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과 장더장 위원장 면담에 배석했던 한 인사는 “장 위원장은 말은 천천히 하면서 준비가 철저하고 꼼꼼한 스타일”이라며 “박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대한 우리 입장을 설명하자 ‘그 질문을 하실 줄 알고 미리 준비를 했다.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해선 선심(善心)·내심(耐心)·동심(動心) 이 세 가지가 중요하다. 많이 베풀고, 인내하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좀 더 인내를 가지고 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장 위원장은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북한통이다.

 ◆‘방미·방중 성과 비교 주의령’=박 대통령의 방중 성과가 기대 이상이란 평가가 나오면서 청와대가 내부적으로 방미·방중 성과를 비교하는 일이 없도록 자제를 당부했다. 자칫 방중 성과가 실제보다 부풀려질 경우 대미 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외교란 상대적인 것으로 미국은 미국이고 중국은 중국”이라고 말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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