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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 목잘린 교사시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23일 낮12시30분쯤 서울 성동구 압구정동 10번지앞 한강 백사장에서 서울 북가좌국민학교교사 이호연씨(21·서대문구 북가좌동 산31의∼7)가 칼로 목을 찔려 죽은 시체로 발견됐다.이교사는 지난 13일 상오 9시30분 쯤 집을 나간뒤 돌아오지 않았다. 경찰온 일단 자살이 아닌가 보고 수사하는 한편 여자관계나 원한에 얽힌 타살의 가능성더 아울러 수사하고 있다.
죽은 이교사는 기관 (기관) 이 4분의3쯤 잘려 있었는데 다른 외상은 한곳도 없었다. 목의상처는 길이 5㎝ 깊이 2㎝가량. 예리한 칼로 단한번에 자른 듯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똑바로잘려져 있었다.
현장은 뚝섬유원지 건너편 청담나루터에서 제3한강교 쪽으로 약1·5㎞ 떨어진 강변.
시체는 자색바탕에 파란무늬가 든 「넥타이」를 매고 검푸른 양복차림에 구두를 신은채 모래위에 반듯이 누워 있었다. 상의는 벗겨켜 왼쪽 무름위에 걸쳐져 있었고「넥타이」매듭이 5㎝쯤 아래로 풀어져 내렸으며 「와이샤쓰」맨위 단추가 벗겨져 있었을 뿐 옷맵시는 단정했다.
목에서 흐른 피가 온몸을 적셨으나 밤사이에 내린 비에 거의 씻겨져 있었다.
이교사의 몸에서는 국민은행 북가좌동지점 예금통장·서울교육대학학생증·주민등록증· 도장·시계·만년필·편지등 16가지의 소지품이 나왔으나 현금이나 유서는 없었다.
목을 찌르는 때 사용한 흉기도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예금통장에는 지난 4월1일 1만원을 예금했다가 3일에 3천원을, 14일에 나머지 7천원을 찾아간 것으로 돼있었다.
이교사의 시체는 지난2 3일 고기잡이 나갔던 주민 유모씨가 처음 발견, 출장나온 동부경찰서 박찬규형사에게 신고했다.
박형사는 『청담 나루터에 표류시체가 있다』 는 쪽지를 적어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30세 가량의 청년에게 주어 이청년이 이날 하오 2시쯤 현장에서 약8㎞ 떨어진 언주파출소에전했다.
쪽지를 받은 경찰은 하오 8시쯤 현장에 도착했으나 날이 어두워 시체를 찾지 못하고 헤매다가 24일0시쯤 시체를 발견했다.
경찰은 현장이 강에서 2m밖에 떨어지지 않았고 계속내린 비로 강물이 불어 시체를 현장에서 50m쯤 떨어진 파밭으로 옮겼다.
경찰은 이교사의 옷맵시가 단정하고 목이외의 다른 상처가 전혀없고 소지품이모두 그대로있다는 점, 평소 이교사가 폐결핵으로 고민해왔다는 점등을 들어 일단 자살한 것으로 보고있으나 유서가 없고 목을 자른 방법이 지나치게 잔인했으며 자살을 할 이유가 뚜렷치않아 타살의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경찰은, 성수2가 파출소에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24일밤 이교사의 동료와 여교사 친척등 20여명을 불러 조사했으나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만한 단서를 잡지 못했다.
경찰은 현장이 이미 물에 잠겨버려 자살인지 타살인지를 구별할수있는 칼등 물적 증거가 전혀없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이교사의 시체해부를 의뢰,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시체를 검시한 성동의원 손점록의사는 이교사의 사망시간을 23일 상오10시쯤으로 추정했으나 경찰은 지난 22일 상오 10시쯤 사고지점에 청년1명이 번듯이 누워 있는 것을 멀리서 본 것 같다는 이웃 유모씨의 진술에 따라 사망시간이 그보다 빠른 것으로 보고 있다.

<폐결핵을 비관, 사람만나기 꺼려|동료증언>
이교사 (20·서대문구 북가좌동 산31의7) 는 지난 2월3일 서울교육대학을 졸업, 3월1일 북가좌국민학교에 부임, 2학년6반 담임을 맡고 있었다.
전북 정읍군 산외면 오심리1176이 고향인 이교사는 대학동창 최만술씨 (22) 이승원씨 (24) 와 함께 학교근처에서 하숙을 하고 지내웠다.
동료교사들의 말에 의하면 이교사는 일요일인 지난 13일 상오9시40분쯤 하숙집을 나가 친구인 은촌초등학교 교사 김동래씨와 만나 이야기하다 이날 낮 1시30분즘 연희국민학교 이남구교사와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이대앞 모극장에서 영화구경을 한후 저녁6시 헤어졌다 한다.
학교에서는 3일씩이나 이교사가 나오지 않자 지난 15일 서부경찰서 가좌파출소에 수배의뢰를 하는 한편 고향인 전북 정읍에 연락, 둘째형 화연씨 (32) 가 올라와 친척, 친구집을 두루찾았다 한다.
경찰은 25일 상오 현재 이교사가 김교사와 극장에서 헤어진 지난 14일 하오부터 시체로 발견된 23일까지의 행적을 수사 초점으로 보고 쫓고있다.
이교사는 평소 성격이 내성적이고 사람 만나는 것을 싫어했으며 폐결핵 환자인 것을 항상비관해 왔다 한다.
이교사는 고향에 있는 이동서씨 (60) 의 4형제중 4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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