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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참전 중국군 유해 360구 송환”

중앙일보

입력

박 대통령, 중국에 제안 … 류옌둥 부총리 “한국 정부 배려에 감사”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경기도 파주에 안장된 중국군 유해 360구를 유족들에게 송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중 사흘째인 박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 칭화대(淸華大)에서 연설하기에 앞서 칭화대 출신인 류옌둥(劉延東) 부총리와 10여 분간 환담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올해가 정전 60주년이다. 중국군 유해 360구가 한국에 있다. 그동안 한국 정부가 잘 관리해 왔지만 중국의 유족들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지 않겠느냐. 유해를 송환해 드리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말했다. 이에 류 부총리는 “너무 감사드린다. 한국 정부의 특별한 배려와 대통령님의 우의의 감정이 그대로 전달됐다. 가족들이 (유해를) 기다리고 있다. 바로 시진핑 주석께 보고드리겠다. 한·중 관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뜻깊은 의미”라고 답변했다.

현재 경기도 파주의 공동묘지 내 적군 묘에는 6·25전쟁 당시 전사한 중국군 유해 360구가 안장돼 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중국인이나 한국인이나 모두 동양인이고 유교 문화의 영향을 받아 가족과 조상을 중시하는데 이들의 유해가 계속 이국 땅에 묻혀 있도록 방치하는 건 유족이나 후손에게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모교인 칭화대 연설에서 “앞으로 한국과 중국이 동반자가 돼 새로운 동북아를 함께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동북아에 진정한 평화와 협력을 가져오려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가 ‘새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또 “평화가 정착되고, 남북한 구성원이 자유롭게 왕래하고, 안정되고 풍요로운 아시아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한반도가 제가 그리는 ‘새로운 한반도’의 모습”이라며 자신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설명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연설시간 22분 중 인사말을 비롯한 모두와 마지막 부분 4분 남짓을 중국어로 말하며 ‘언어외교’를 구사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중국어 연설은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이었던 2005년 베이징대 연설, 2006년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연설에서 중국어를 썼지만 고사성어나 일부 어구에 국한됐다.

박 대통령은 대학생을 위한 강연임을 감안해 자신의 철학인 신뢰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정치를 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온 게 국민의 신뢰인데, 외교 역시 ‘신뢰 외교’를 기조로 삼고 있다”며 “지난 20년의 성공적 한·중 관계를 넘어 새로운 20년을 여는 신뢰의 여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어려운 시기를 헤쳐가며 깨우친 게 있다면 인생이란 살고 가면 결국 한 줌의 흙이 되고 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보면 결국 한 점에 불과하다는 것”이라며 “바르고 진실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시련을 겪더라도 고난을 벗 삼고, 진실을 등대 삼아 나아간다면 결국 절망도 나를 단련시킨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책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고난을 벗삼아 진실을 등대삼아』『결국 한 줌, 결국 한 점』의 제목을 연결해 이 문장을 만들었다. 또 연설 곳곳에 중국 고전과 고사성어를 인용했다. 연설 도중 10차례 박수가 쏟아졌다. 박 대통령은 연설 뒤 학생들에게 자신의 중국어판 자서전을 선물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베이징 현대자동차의 협력사인 ‘코리아에프티’를 55분간 둘러본 뒤 현대차 공장을 20분간 시찰했다. 이어 3000년 역사를 지닌 고도 시안(西安)으로 이동해 자오정융(趙正永) 산시(陝西)성 당서기와 면담한 뒤 만찬을 함께했다.

박 대통령은 “1940년대 광복군이 주둔했던 시안의 창안구(長安區) 두취진(杜曲鎭)에 정부가 2009년부터 유적지 표지석 설치사업을 추진해 왔다”며 사업 허가를 요청했다. 자오 서기는 “박 대통령의 여러 요청에 대해 적극 지원하거나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30일 시안에 진출한 한국 기업 시찰, 현지 교민 간담회, 유적지 관람을 한 뒤 귀국한다.

베이징, 시안=신용호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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