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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위조수표 인출 사건 … 은행 직원도 가담한 정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100억원짜리 변조 수표로 돈을 인출한 사건에 은행 직원이 가담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기지방경찰청 수사과는 3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국민은행 서울 한강로지점 직원 김모(42)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지난 1월 11일 이 사건의 주범 나경술(51)씨가 보낸 심부름꾼에게 범행에 사용된 1억110만원짜리 수표를 발행해주는 등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한 결과 김씨는 당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나씨의 심부름꾼을 자신의 창구로 직접 불러 해당 수표를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김씨가 발급해준 1억110만원짜리 수표를 나씨 등이 100억원짜리로 위·변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경찰청 곽정기 수사과장은 “김씨가 수표 발행 직전에 나씨와 여러 차례 통화하는 등 범행을 공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씨는 “나씨와 통화한 것은 맞지만 범행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변조된 100억원짜리 수표를 중간 감정한 결과 김씨의 범행 가담 정황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국과수는 이날 변조된 수표에서 발행번호가 덧씌워진 흔적을 찾았지만 액면금액이 변조된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감정 결과를 경찰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김씨가 위조수표 진본에 수표 발행 번호만 기재하고 금액은 적지 않은 백지수표를 건넸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범행수법과 경위는 나씨 등 주범을 검거해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경찰 조사와는 별도로 공모 혐의로 구속된 김씨가 근무한 서울 한강로 지점과 나씨가 위조수표를 현금으로 바꿔간 수원 정자지점에 대해 내부 감사를 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두 지점을 통해 사건이 발생한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김씨가 수표를 발급한 경위와 위조수표가 판독기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가 없었는지를 조사해 관련자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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