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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공예품 일본서 '한류'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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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구·경북지역 장인들이 빚어낸 전통 공예품들이 요즘 잇따라 수출 길에 오르고 있다.하회탈·장승·문갑·함지박·장고·꽹과리 등이 컨테이너에 실려 대량으로 해외로 팔려나가는 것이다.

특히 최근엔 이들 공예품들이 일본에서 색다른 ‘한류(韓流)’바람마저 일으키고 있다.

“일본 사람들이 매끄럽고 정교한 자기네 공예품보다 다소 투박한 느낌을 주는 한국 목공예품에 더 빠져드는 것 같습니다”.

해외시장 개척의 선두에 선 대구·경북공예조합의 함인국(咸印國·50) 상무는 “요즘은 반 무역업자가 된 느낌”이라고 했다.

외국 관광객들이 공항 면세점 등에서 선물용으로 한두 개씩 사가던 정도에 그쳤던 예전에 비하면 큰 변화다.그래서 요즘은 다른 지방의 공예업계에서도 대구·경북공예조합을 벤치마킹하러 오곤 한다.

한국의 공예품들이 일본시장에 본격 진출하게 된 계기는 김치를 필두로 한 한국음식들이 일본에서 인기를 끌게 되면서부터다.과거에는 교포들이 한국인 관광객이나 상사 주재원,유학생들을 주고객으로 삼아 한국식당을 열었다.

그러나 최근엔 한국음식을 찾는 일본인 고객들이 늘면서 일본인 식당업자들도 하나 둘 한국식당 경영에 나서고 있다.이에 따라 한국식당 수도 급격히 늘어나 도쿄(東京)에만 2천여 곳,간토(關東) 지방 전체로는 1만여 곳에 달한다.

새로 문을 여는 한국식당들이 급증하면서 한국 공예품에 대한 주요 수요처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식당 인테리어에 한국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기 위해서는 하회탈·이조가구·한옥 창호 등의 한국 공예품들이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일본의 한국식품 수입업자들이 맷돌·디딜방아 등의 골동품들을 하나 둘 주문해 왔다.이에 일본진출의 가능성을 내다 본 대구·경북공예조합이 대구시의 지원을 얻어 2001년 말 도쿄 신주쿠에 ‘코리아 하우스’라는 전시판매장을 열었다.이 매장을 통해 지난해 말까지 1년 남짓 기간에 모두 4억5천만원어치의 한국 공예품들이 팔려 나갔다.2∼3개월을 주기로 공예품을 담은 컨테이너 박스가 5개씩 현해탄을 건넌 것이다.

자동차나 반도체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1백30여 개의 영세업체에 6백여 명이 종사하는 대구·경북 공예업계로서는 큰 시장이 하나 터진 셈이다.이에 힘입어 지난해 말에는 이 매장을 50평으로 늘렸다.

대구·경북 공예품들의 일본 내 판매를 맡고 있는 박승관 코리아마트 대표는 “장고·북·꽹과리·징 등 사물놀이 악기의 경우 그 소리의 맛을 떠나 조형미만으로도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일본에서 한국 공예품들에 대한 인기도는 지난해 10월 오사카(大阪)에서 열린 대구물산전에서도 입증됐다.

섬유·안경 등 여러 출품 상품들 중 자개 보석함이 5일만에 5백여 개가 팔려나가는 기록을 세웠다.

이종윤 ‘아름다운 가구’(대구시 동구 동래동) 대표는 “일본에서도 자개 원료는 많이 생산되지만 높은 습도 등으로 가공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다”며 “일본인들이 국산 자개문양을 보고 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 옌지(延吉)시 직영 판매장을 개설해 8천만원어치를 판매하기도 한 대구·경북공예조합은 올해는 수요조사를 거쳐 일본 오사카에 전시판매장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공예조합의 咸 상무는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전통 문화상품의 수출은 해외에 우리의 예술 혼을 퍼뜨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대구=정기환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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