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리직원 구하기는 '별 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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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올해 여자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양모(20·전주시 진북동)씨는 최근 학교서 알선해 준 중소기업체 경리직을 뿌리치고 한 할인점의 점원으로 취업했다.

양씨는 “취업을 원하는 같은 반 친구 20여명 중 경리사무직 취업자는 한·두 명에 불과하고 대부분 유통·전자업체 등에 일자리를 얻었다”고 말했다.

최근 취업대란이 빚어지고 있지만 경리직 사원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중소기업 등의 사무직원 수요는 많지만 취업 희망자는 턱없이 부족해 극심한 구인난을 겪고 있는 것이다.

전주지방노동사무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경리직 구인 의뢰 건수는 1백30여 건이었지만 취업자는 30%인 34명에 불과했다.4분기도 구인건수(4백34건)의 절반이 안되는 1백90여 명만이 취업했다.

페인트 대리점을 운영하는 임성태(42·전주시 우아동)씨는 “경리사원을 채용하기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하고 생활정보지에 광고까지 냈지만 한 달이 다 되도록 문의 전화조차 없다”며 “영업사원이 사무실서 전화받고 서류 챙기느라 외근을 나가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몇년 전만 해도 인기가 높던 경리직을 이처럼 기피하는 것은 급료가 적은데다 결산 업무가 복잡해 쉽고 편한 것을 추구하는 신세대 입맛에 맞지 않지 않기 때문이다.중소기업체 경리직의 초임은 월 70만∼80만원으로 할인점 등 유통업체보다 20만∼30만원이 적다.

또 본연의 업무 외에 손님 차 대접 등의 잡무를 같이 해야 하는 것도 취업을 기피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주지방노동사무소 관계자는 “건설업체 등으로부터 직원을 구해달라는 요청이 줄을 잇지만 정작 관심을 갖는 구직자는 찾기 힘들다”며 “‘취업난 속 구인난’을 실감케 하는 직종이 경리”라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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