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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포커스] "삼성·현대·LG … '한국의 호랑이' 기업들 진출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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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일 트루슈코 6대 러시아 특구청장. 그는 “관료주의가 없는 특구로 한국이 진출하라”고 말했다. [사진 러시아특구청]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는 이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정부처럼 경제특구(SEZ)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2005년 특구법이 제정되면서 ‘특구청(Russez)’이 창설됐고 2013년 3월엔 미하일 트루슈코(46)가 여섯 번째 청장이 됐다. 그는 발틱경제금융대학교에서 금융·신용을 전공한 뒤 스톡홀름대학교 뱅킹·파이낸스 코스를 마치고 러시아 칼리닌그라드 특구청장을 맡았다. 본지는 지난 21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경제포럼(SPIEF)에서 트루슈코 청장을 만나 경제특구가 해외 투자자들에게 주는 이익, 그리고 특히 왜 특구에 한국 기업은 없는지를 물었다.

-러시아 경제특구의 특징은 무엇이며 해외 투자자들에게 주는 이익은 무엇인가.

“투자자들은 러시아에 진출할 때 겪는 어려움을 말한다. 특구는 이런 환경 속에서 러시아 진출을 최대한 돕는 제도라고 보면 된다. 특구에선 관료주의로부터 자유롭고 일정 기준을 충족한 투자자는 무료로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다. 특구에 들어오면 초기 협상부터 완성품 판매에 이르기까지 매 단계에서 서비스를 최대로 받을 수 있다. 러시아 특구가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입주기업과 약속한 기한 내에 모든 기본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외국 기업들을 위해 추가 서비스 제공을 검토하고 있다. 전엔 전기·난방·수도 및 토목 인프라만 제공했지만 지금은 SEZ 내에 테크노파크를 건설하고 있다. 혁신 환경 속에 또 ‘스마트’ 지대를 만드는 것이다.”

-특구 투자자들은 부패한 관리들과 얽히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인가.

“러시아의 부패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 뇌물을 주고 싶지 않으면 안 주면 된다. 사실 러시아에는 원스톱 서비스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어 사업자들이 관공서 문턱을 드나들 필요가 없다. 원스톱 서비스 시스템은 비즈니스맨들을 위해 운영되는 것이다.”

- 특구는 어떻게 투자자를 선정하나.

“특구 내 전문가 위원회가 선발한다. 특구가 모든 투자를 유치하는 곳은 아니다. 우리의 관심은 러시아 경제 발전이고 이에 따라 주로 첨단기술에 공을 들인다. 입주 희망 기업은 사업계획을 제출하고, 전문가 위원회에 무얼 생산할지 밝혀야 한다. 그다음 전문가 위원회가 희망 기업의 입주 여부를 결정한다.”

-투자의 최소 기준은.

“특구는 산업·기술·항만·관광 등 네 종류가 있는데 모두 각각의 규정이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로젝트의 질과 혁신성이다. 산업투자의 최소 기준은 300만 유로(약 45억원)인데 국제 기준에 비추어 볼 때 대규모 프로젝트는 아니다. 러시아 특구가 소규모 비즈니스를 위한 지역은 아니다. 우리는 규모 있는 기업을 유치하는 데 관심이 많다.”

-많은 기업이 저임금 때문에 중국으로 모인다. 그런데 러시아가 기업을 유치할 수 있나.

“기업들이 중국으로 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이 급성장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시장 규모 면에서 중국을 따라잡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유럽에서 러시아 시장은 큰 편이고, 따라서 전망도 밝다. 그뿐만 아니라 러시아에서는 천연자원에 무제한 접근을 할 수 있고 전문인력도 많다. 누가 뭐래도 러시아는 여전히 수준 높은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몇몇 특구가 비효율적으로 드러났다.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특구가 있다. 특구 내 전문가 위원회도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러시아에서는 특구법이 2005년 처음 제정됐고 1호 특구는 2006년 창설됐다. 그래도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도입 시기에는 인프라 전략과 계획 면에서 실수가 있었다. 성공작인 알라부가·리페츠크 특구는 가장 먼저 지정돼 가장 큰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진 곳이다. 전반적으로 인프라가 뒤처진 러시아에서 이 두 특구는 ‘자석’처럼 투자자들을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준비된’ 이 지역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산업지역에서 민간 투자는 국가 투자보다 두 배 많다. 예를 들어 알라부가 특구의 민간 투자는 370억 달러지만 국가 투자는 175억 달러다. 잘될 경우 스타트업(start-up) 기업의 10%만 상업화 단계에 진입한다. 보통 3~5%가량의 보통 기업만 기술 상업화에 성공하는데 이는 개발에서 상업화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의미다. 따라서 특구에서 큰 성과를 얻으려면 15~20년은 걸린다. 이 기간은 미래를 위한 자양분이 되는 시간이다.”

-언론에 따르면, 특구의 성격을 현재처럼 특성화하지 않는 법이 제정된다고 한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다. 중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특구의 특정 발전 단계에서는 한 가지에 집중하도록 특성화 지역으로 지정한다. 울리야놉스크 항만 특구가 좋은 예다. 이곳에서는 항공부품 등의 저장을 위해 관세자유지역이 운영되고 있다. 미국 항공기 부품 제조업체인 AAR사가 항공기를 제작하고 있고, 이는 첨단기술 생산이다. 그런데 여기엔 항만뿐만 아니라 산업 및 기술적 요소도 필요하다. 우리는 필요한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한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러시아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활동 중인 한국 기업들이 특구에는 관심이 적지 않나.

“한국 투자자들은 일본·중국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우리가 유럽 시장과 달리 분화된 아시아 시장을 제대로 연구하지 못하고 있는지 모른다. 다른 한편으로는, 현대나 삼성과 같은 한국 기업은 대규모 산업 프로젝트에 투자할 때 무엇보다도 생산 및 교통 물류를 고려한다. 이런 인프라는 현재 특구에 구축되어 있지 않다. 최적화된 물류 및 인프라가 보장되는 곳에 특구를 지정하는 것이 더 옳았을지도 모른다. 한국 기업뿐만 아니라 도요타·폴크스바겐 같은 해외 기업도 이런 조화가 이루어지는 곳에 공장을 설립했다.”

-한국의 발전 경험을 직접 접해본 적이 있나. 그 경험을 러시아에서 적용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한국에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한국의 호랑이’ 삼성과 LG, 현대그룹에 대한 자료를 많이 읽었다. 이런 대기업들이 민관 파트너십을 통해 생겨났다고 알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한국이 첨단기술 생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한국의 금융·기술이 러시아에 투입되었으면 한다.”

-한국 투자자들에게 추천해줄 만한 특구는.

“모든 특구를 추천하고 싶다. 바니노 항을 비롯한 극동지역과 공업지대 모두 다 대상이다. 그곳에서는 기업들이 전력 인프라를 건설하는 부담을 지거나 이에 대한 비용을 내지 않고 사용한 전기에 대한 요금을 내면 된다. 우리는 또 결정을 내리는 데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할 것이다. 기술협력은 더 복잡하지만, 한국 기업들이 톰스크, 상트페테르부르크, 두브나의 기술특구에 관심을 가질 만한 것 같다. 한국 기업들은 기술 부문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고, 우리는 한국과 함께 생산에 접목할 만한 연구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여기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은 제품을 생산해 판매할 만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관광특구로는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알타이나 바이칼처럼 숨은 보석과 같은 지역이 있다.”

엘레나 시필로바 기자

본 기사는 [러시스카야 가제타(Rossyskaya Gazeta), 러시아]가 제작·발간합니다. 중앙일보는 배포만 담당합니다. 따라서 이 기사의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러시스카야 가제타]에 있습니다.

또한 Russia포커스 웹사이트(http://russiafocus.c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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