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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학교 깊이보기] 부모 10명중 7명이 석·박사 … 부촌에 있는 상위 1% 공립 이스트체스터 고등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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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체스터에서는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다. 특히 스포츠 분야는 뉴욕주가 개최한 많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사진 이스트체스터 홈페이지]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북쪽으로 약 30분 차를 타고 달리면 인구 96만1670명의 웨스트체스터 카운티가 나온다. 미 동부엔 명문 사립학교가 많지만 이곳엔 사립학교 못지않게 엄마들이 보내고 싶어 하는 유명 공립학교가 있다. 바로 이스트체스터 고등학교(Eastchester High School)다. 로스앤젤레스(LA)의 입시 컨설팅 업체인 보스턴 에듀케이션의 수 변 아이비클럽 수석 칼리지 카운슬러가 이 학교에 관해 정리해 왔다.

김소엽 기자

(위) 이스트체스터 스포츠 동아리 중 하나인 야구팀. (아래) 이스트체스터 도서관. [사진 이스트체스터 홈페이지]

뉴욕주의 62개 카운티 중 하나인 웨스트체스터에 위치한 이스트체스터는 이름난 부촌(富村)이다. 2009년 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로부터 뉴욕주에서 가장 살기 좋고 자녀 양육하기 좋은 도시로 선정된 데서도 알 수 있듯 학군과 주거환경이 뛰어나다. 또 거주자 학력이 높기로도 유명하다. 주민 74%가 석·박사 학위 소지자다. 고학력 전문직 부자가 모여 사는 동네답게 이곳 학교 수준은 매우 높다. 특히 이스트체스터 고등학교는 공립이면서도 사립학교를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설립연도는 1927년으로, 수백 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다수 사립학교에 비하면 역사가 일천하다. 하지만 미 교육청이 미국 내 상위 1% 우수 학교에게 수여하는 블루리본 표창을 받았을 정도다. 공립학교 가운데 블루리본을 받은 학교는 미 전역에 66개교에 불과하다.

 이 학교는 9~12학년이 다니는 남녀 공학이다. 각 학년당 200여 명으로 현재 총 861명이 재학 중이다. 인종 분포를 보면 722명이 백인이다. 아시아인을 포함한 다른 인종 90명을 비롯해 히스패닉 33명, 흑인 16명을 다 합해도 전체의 20%에도 못 미친다. 전형적인 백인 부자 동네 학교인 셈이다.

 공립학교지만 다른 미국 공립학교와는 다른 점이 많다. 대표적인 게 학생과 교사 비율이다. 사립학교는 학생 대 교사 비율이 대략 8대 1 정도다. 하지만 공립학교 평균은 이에 크게 떨어지는 16대 1이다. 그러나 이스트체스터는 12대 1로 비교적 낮은 편이다. 교사 수만 많은 게 아니다. 수준도 높다. 교사 대부분이 석·박사 소지자다. 그렇다 보니 교과 수업만이 아니라 재학생의 대학 예비 과정(칼리지 프랩) 프로그램도 훌륭하다.

총 22개의 대학 과정 선이수제(AP·advanced placement) 과목이 개설돼 있다. 학교 안에서뿐 아니라 뉴욕주립대(State University of New York)에 가서 직접 수강할 수도 있다.

 이 밖에 특색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예컨대 ASR(Advanced Science Research) 프로그램은 과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 관심 분야를 직접 연구하며 지적 호기심을 채울 수 있는 강좌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미 과학 경시대회 중 가장 권위 있는 대회로 꼽히는 ISTS(Intel Science Talent Search)에 도전하기도 한다. 지난달에는 ASR 출신 12학년 여학생이 ISTS에 입상해 5000달러(한화 565만원)를 부상으로 받기도 했다. 이스트체스터 재학생이라고 누구나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지원서와 에세이, 프로그램에 대한 열정을 담은 소개글 등을 통해 심사를 거쳐야 한다. 학업 성적도 반영된다.

 이 학교 10학년인 남학생 제임스 오더먼(17)은 “이 프로그램에 지원하려고 대학 도서관을 찾아 논문을 뒤지는 등 여러 방법을 총동원한다”며 “밤새우며 준비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와이즈(WISE)라는 12학년을 위한 인턴십 프로그램도 있다. 졸업학년인 12학년 2학기 때 누구나 참여하는 필수 과정으로, 관심 분야에 대한 경험을 쌓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이 학교가 WISE를 도입한 이유 중 하나는 학생들이 무의미하게 버리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도 있다. 미국에서 12학년 2학기는 이미 대학 합격 발표가 난 후라 많은 학생이 시간을 낭비한다. 하지만 웨스트체스터는 인터십을 통해 학생들이 실질적인 사회 경험을 미리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10~1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워크 스터디(Work Study)는 이론뿐 아니라 현장 실습을 통해 사회생활에 대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자동차 정비에서부터 패션디자인 등 다른 공립 고교에서는 배우기 어려운 실질적 강좌들이다.

 재학생의 SAT 평균 점수는 1624점(2400점 만점)으로, 록스베리 라틴 스쿨 등 미국 내 최고 명문 사립학교에 비하면 낮지만 뉴욕 평균 1461점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그래서 진학 성적도 좋은 편이다. 지난 5년간 뉴욕 컬럼비아대학에 ?명을 보내는 등 아이비리그 대학에 골고루 보냈다.

 다양한 커리큘럼 영향인지 명문대뿐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학과를 찾아 지원하는 경향도 다른 학교보다 더 뚜렷하다고 한다. 12학년 마크 베이(19)는 “졸업생 절반은 명문 대학으로 진학하고 나머지 절반은 학교 이름보다 적성에 맞는 대학을 찾아간다”고 말했다. 같은 학년 제나 루소(19)는 “공부량 등은 다른 사립고교와 비슷하지만 인턴십과 진로 관련 강좌를 들어야 해 학생 모두 굉장히 바쁜 편”이라고 했다.

 이렇게 재학생의 학업 성취도가 높고 진로교육 역시 확실하게 하지만 학생들이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1교시가 오전 7시47분(140분 수업, 3분간 강의실 이동, 4분간 사물함 다녀오는 시간, 3~4교시가 끝나고는 5분의 여유시간이 주어짐)에 시작해 오후 2시26분이면 모든 수업이 끝난다.

 미국 여느 학교와 마찬가지로 이 학교 역시 스포츠를 강조한다. 학교 내엔 38개의 스포츠 팀이 있다. 이 중 여자 테니스팀은 2002년과 2004년 뉴욕주 고교대회에서 우승했다.

주소: 2 Stewart PI Eastchester, NY 10709
전화: (914) 793-6130
홈페이지: ehs.eastchesterschools.org/m2
문의 메일: jcrisci@eastchester.k12.ny.us

◆한국인 선호하는 미 서부 공립학교는… 유니버시티·서니힐스 등 부촌에 많아

아이비리그가 가까운 미국 동부에는 명문 공립고가 즐비하다. 한인이 많이 사는 미 서부 LA 인근 지역에도 좋은 공립고교가 자리 잡고 있다. 어바인에 있는 유니버시티(University)고교, 플러튼의 서니힐스(Sunnyhills), 팔로스 버디스의 페닌슐라(Penninsula), 라 캐나다(La Canada)·다이아몬드 바(Diamond Bar)·베벌리힐스(Beverly Hills)·노스 할리우드(Noth Hollywood)고교 등이 현지 한인들에게 인기다. 대부분 부촌에 위치한 학교들로 아이비리그 진학률이 높다. 특히 서니힐스는 졸업생의 3분의 1가량이 아이비리그에 들어가 전국 공립고 톱 10에 든다.

 이런 학교는 공부량도 많고 지역 내 경쟁이 치열해 입학이 쉽지 않다. 수변 원장은 “학군 지역에 살더라도 정해진 인원만 입학하기 때문에 이전 학교 내신성적이 좋아야 들어갈 수 있다”며 “원하는 공립에 떨어지면 매그닛스쿨로 가는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매그닛스쿨은 수학·과학·예체능·외국어 등을 특화한 공립학교다. 학생 선발 방식은 추첨·오디션·입학시험 등 다양하다. 명성이 높은 매그닛스쿨로는 뉴저지주 해양 아카데미 과학고(Marine Academy of Science & Technology)와 과학기술고(High Technology High School)가 있다. 수변 원장은 “매그닛스쿨이라고 해서 모두 명문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미리 학교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알아봐야 한다”고 했다.

 사립고 역시 미 동부의 보딩(기숙)·데이(통학) 스쿨이 유명하다. 서부에선 LA에 있는 하버드웨스트레이크(Harvard Westlake)가 명문으로 꼽힌다. 커리큘럼이 다양하고 다인종인 학생들의 요구를 발 빠르게 수용할 뿐 아니라 면학 분위기가 뛰어나 미국인은 물론이고 한국 교민 사회에서도 자녀를 가장 보내고 싶어 하는 학교로 꼽히고 있다고 수변 원장은 전했다. 오제이 밸리(Ojai Valley)스쿨도 학생 관리가 철저하고 시설 면에서 미국 내 상위 10%에 드는 학교다. 여학교 중에는 LA 말버러(Marlboro)스쿨을 눈여겨볼 만하다. 졸업생의 3분의 1이 아이비리그로 진학하고, 그 외 학생들도 미국 100대 대학에 가는 비율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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