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힐링캠프, 베티 포드 센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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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에 있는 베티 포드 센터.

미국 제38대 제럴드 포드 대통령(1913~2006)의 부인인 베티 포드 여사(2011년 작고)는 백악관 시절 알코올과 약물에 탐닉했다. 포드 대통령 퇴임(1977년) 몇 년 뒤 베티 여사는 당시 ABC 앵커 바버라 월터스와 마주 앉아 무덤으로 갖고 가도 될 얘기를 털어놓았다. 그녀는 자신이 “중독과 싸우고 있다”고 고백했다. 등의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진통제를 먹기 시작했고, 퍼스트 레이디 시절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해 술을 마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자리에서 해군 병원의 갱생 프로그램을 밟겠다고 약속했다.

 이 갱생 프로그램에 힘입어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난 포드 여사는 82년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에 알코올·약물 의존증자 재활센터를 설립했다. 이 공로로 그는 91년 미국의 권위 있는 훈장인 대통령 자유메달을 받았다. 베티 포드 센터는 수만 명 이상이 치유를 받은, 미국 최고 재활센터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할리우드의 ‘사고뭉치’ 린지 로언(27·여)의 약물 복용이 문제가 되자 미국 검찰이 기소 대신 먼저 치료를 받으라고 보냈던 곳도 베티 포드 센터다.

 김근태 치유센터와 베티 포드 센터는 공통점이 많다. 무엇보다 사회지도급 인사의 이름을 따서 똑같은 고통을 당하고 있는 이들을 치유하려는 민간기구라는 점에서 닮았다. 바버라 월터스는 저서 『내인생의 오디션』에서 “포드 여사보다 중독 문제의 심각성을 더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고, 그녀는 그런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비롯해 수천 명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녀가 세운 베티 포드 센터는 자기 나름의 역사를 만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근태 치유센터도 그렇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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