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후 실종 신고 5만 건 …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 249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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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살아서 볼 수는 있을지 모르겠어요.”

 인천 서구 석남동에서 만난 김하늘군의 어머니 정혜경(53)씨는 흐느꼈다. 김군 실종 이후 정씨는 전국을 찾아 헤맸다. 남편도 회사를 그만두고 하늘이를 찾아다니다 결국 알코올중독자가 됐다. 현재 정씨는 매달 100여만원의 기초생활수급비로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조하늘양의 아버지 조병세(51)씨도 마찬가지다. 실종 이후 전국의 학교를 돌아다니며 하늘이를 찾았다. 조씨가 전국에 뿌린 ‘하늘이 전단지’는 150만 장. 딸을 찾기 위해 18년간 5억원의 경비를 쓰며 빚더미에 올랐다. 건실한 회사의 관리과장이었던 조씨는 더 이상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사표를 냈다. 아내는 우울증으로 큰 고생을 했다. 현재 경기도 용인의 원룸에서 살고 있는 조씨는 “제발 생사만이라도 알고 싶다”며 답답해했다.

 하늘이 부모처럼 아직도 아이를 찾아 거리를 헤매고 있는 부모들이 적잖다. 더욱이 실종 아동의 부모들 중 상당수는 아이가 사라진 충격에 이혼을 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알코올중독·자살 등)을 한다. 또 아이를 찾는 데 쓴 경비 등으로 대부분 생계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십수 년째 자식을 찾아 헤매는 부모만큼이나 아직 부모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아이도 많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실종 신고가 접수된 14세 미만 아이는 모두 5만1694명. 이 중 현재까지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아이는 249명에 달한다.

 다행히 최근 들어 장기 실종 아동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05년 ‘실종 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이 발효된 데 이어 지난 4월엔 ‘실종 아동 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실종 아동에 대한 기준도 ‘실종 당시 18세 미만’으로 확대됐다. 정부는 실종 아동을 찾는 부모들을 위해 정신치료 상담비 등 의료비와 현수막 게재비용 등 활동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경찰청과 보건복지부도 실종 아동 전담 인력을 배치하고 팀도 확대 운영 중이다. 홍용원 경찰청 실종아동센터장(경감)은 “아무리 오래 전에 실종된 아이들이라도 여전히 수사는 진행 중”이라며 “작은 단서라도 좋으니 언제든지 국번 없이 182번이나 112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송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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