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양적완화 정책 올해 하반기 축소 … 내년 중반께 종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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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폭탄 발언’에 세계 금융시장이 홍역을 앓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19일(현지시간) “올 하반기 중에 시중에서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돈을 푸는 ‘양적완화’를 축소하기 시작해 내년 중반께 이를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무제한 돈을 풀어온 연준이 ‘출구전략’ 착수를 선언한 것이다.

 버냉키 발언에 세계 주식시장은 일제히 하락했다. 그간 주가를 올리던 돈줄이 막힐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미국 뉴욕 주식시장의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1.4% 하락한 1만5112.19에 거래를 마쳤다. 이어 20일 한국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7.82포인트(2%) 하락해 연중 최저치인 1850.49가 됐다. 일본 닛케이 지수는 1.7%, 중국 상하이지수는 2.8% 떨어졌다.

 연준의 달러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달러값은 오르고 원화를 비롯해 유로와 일본 엔화 가격은 떨어졌다.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14.9원 내린 달러당 1145.7원이 됐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13%포인트 상승해 2.94%가 됐다. 주가와 원화가치는 떨어지고, 금리는 올라 주식 투자자와 기러기 가족, 은행 변동금리 대출자 모두에게 그늘이 드리워진 것이다.

  그러나 양적완화 축소가 이미 예견됐던 일인 만큼 충격이 길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톰 번 아시아·태평양 수석 부사장은 “양적완화 축소는 한국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이 성장에 대한 자신감이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양적완화 축소가 한국 경제에 청신호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디스는 이날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Aa3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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