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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체포영장 기각 … 경찰 무리한 수사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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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윤중천(52) 전 중천산업개발 회장의 사회 고위층 성접대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학의(56)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해 19일 체포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기각했다. 이에 따라 경찰이 물증 없이 관련자 진술만으로 무리하게 체포영장을 신청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수사팀은 18일 특수강간 혐의 등으로 김 전 차관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전 차관이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소환 조사에 세 차례 불응했기 때문에 절차에 따라 체포영장을 신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현재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 중이다. 하지만 검찰은 19일 “김 전 차관의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보완 수사를 한 뒤 영장을 재신청하라”고 지휘했다.

 경찰은 통상 세 차례 출석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소환에 들어간다. 하지만 일각에선 김 전 차관이 병원에 입원 중인 상황에서 성급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체포영장 신청 시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한 것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도 “법리 검토를 더 꼼꼼히 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김 전 차관이 2009~2011년 윤 전 회장의 강원도 원주 별장에서 성접대에 동원된 5~6명의 여성들과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여성 중에는 마약성분이 포함된 최음제를 복용하고 성관계를 한 경우도 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성접대 관련 진술을 확보했으며 일부는 최근 김 전 차관을 경찰에 고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 전 차관 측은 경찰이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한 데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김 전 차관 측 변호인은 전날 경찰에 보낸 의견서에서 “김 전 차관에 대한 범죄 혐의 사실이 불분명하며 그를 직접 조사할 만한 법률적 요건도 충족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관 측 변호인은 또 “고소 시한이 지나 친고죄인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검찰의 지휘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체포영장을 다시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정강현 기자

◆특수강간=특수강간은 흉기 또는 위험한 물건을 지니거나 2명 이상이 합동해 강간죄를 범한 경우에 적용된다. 친고죄가 아니어서 고소 없이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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