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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선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마음속에 도사렸던 많은 꿈들이 아쉬움과 함께 또 한해를 넘기고 새해를 맞았다. 금년은 닭의 해. 어질고. 지혜롭고, 용감하며 의무에 충실하고 부지런하다는 닭의 예찬을 신문에서 읽으며 창 밖에서 열심히 모이를 줍고 있는 닭을 쳐다봤다. 지난 연말 아는 분이 선물로 가져다준 암탉이다.
○…어머니는 모처럼 새해나들이로 오신 외할머니도 드릴 겸 오늘 저녁에는 잡자고 하신다. 닭엔 최대의 명절일 수도 있는 새해에 가엾게도 수난을 당한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외할머니께는 죄송하지만 그럴 것 없이 서 너 마리 더 사서 키우자고 했다.
○…식사가 다 끝날 무렵 갑자기 닭이 꾜꼬댁 거리며 울었다.
알자리를 구하려나 보다라고 하신 어머님 말씀을 생각하며 밖으로 뛰어나갔다. 유리문이 깨어진 창고 안 한 구석에 노란 달걀이 눈에 띄었다. 따스한 감촉이 오랜만에 찾아온 친구의 손길같이 느껴왔다. 새해아침 따스한 기쁨의 선물을 가져다준 닭에 조그만 집이라도 지어주어야겠다고 망치와 톱을 들고 마당으로 나섰다. 어질고 지혜롭고 용감하며 의리 있고 부지런하다는 닭과 같은 한해가 되기를 바라면서.

<박덕신·서울성북구수유동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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