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땔감으로, 도마로 … 사라질 뻔한 목판 새 생명 얻은 지 1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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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청나라 채색판화 ‘미인도.’ 청 최대의 판화제작소인 천진양류청(天津楊柳靑)에서 제작된 작품으로 일본의 우키요에에도 영향을 줬다. [사진 고판화박물관]

나무에 그림이나 글씨를 새긴 목판(木板)은 대대로 푸대접을 받아온 미술품 중 하나다. 대부분이 전란에 불타 없어졌고, 필요에 따라 때로는 땔감으로, 때로는 도마로 쓰였다. 심지어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은 조선시대 오륜행실도(五倫行實圖) 목판으로 화로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이렇게 무시돼왔던 목판의 예술적 가치에 눈을 떠 지난 18년간 아시아 각지를 돌며 목판과 목판화를 모은 사람이 있다. 강원도 원주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의 한선학(57) 관장이다.

 2003년 6월 20일 문을 연 고판화박물관이 올해로 10주년을 맞는다. 개관 당시 2500여 점이었던 소장품은 그 동안 4000여 점으로 늘었다. 10년 사이에 박물관은 아시아의 고판화 전문가들이 한번씩은 들르는 명소가 됐고, 소장품 중 7건은 강원도 문화재로 지정됐다.

 명주사의 주지 스님이기도 한 한 관장은 2010년 한양대에서 박물관교육학으로 박사를 취득하고 사찰과 박물관을 활용한 판화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11년 템플스테이 사찰로 지정된 명주사의 ‘숲속 판화학교’에는 지난해 4000여 명이 참가했다.

 23일부터 8월 20일까지 고판화박물관에서 열리는 ‘아시아 고판화 명품(名品) 30선’ 전시는 박물관이 소장한 수집품 중 최고만 엄선해 선보이는 자리다. 한국의 유물 중에는 강원도 문화재로 지정된 불설아미타경(佛說阿彌陀經)을 비롯해, 조선시대의 가장 오래된 판화 원판인 오륜행실도 목판, 울릉도와 독도가 그려진 18세기 조선팔도지도 등이 선을 보인다.

 중국 작품으로는 중국 학자들 사이에서 국보급으로 평가되는 명나라 때의 불정심다라니경(佛頂心陀羅尼經)과, 아미타래영도(阿彌陀來迎圖) 목판 등이 나온다. 일본 작품 중에는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북악 36경을 비롯한 우키요에(浮世繪) 거장들의 대표작들과 불화 판화 등이 소개된다. 특별전 기간 중 1박 2일 과정의 ‘가족 숲속 판화학교’ 등 체험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관람료 학생 3000원, 성인 4000원. 033-761-7885.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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