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0주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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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흘러갔다. 열아홉살짜리 풋나기 총각이 갓을 쓰고 누나가 지어준 두루마기를 입고 시월 열하루의 길일을 가려 장가가던 날이 어제만 같은데 벌써 십년이 흘렀다.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고 의젓해야할 가장. 그러나 아직도 마음은 예와같아 생활과는 먼거리에서 헤맬뿐이다.
안정된 직장없이 후조처럼 지내다가 우연하게 일원짜리 장사를 시작하고부터는 그래도 가정의 안정같은 것을 생각해본다. 하루종일 시달리는 아내의 생활. 날로 초췌하여져만 가는 그의 모습에서 10년전 부끄럼 가득찬 아름다움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나는 열번째 맞는 결혼날 아내와 처음으로 사진을 찍기로 했다. 결혼사진 한장 가지지못한 아내의 회한을 메우기 위해서다.
국민학교 1학년짜리 형숙이와 개구장이인 네살배기 형원이를 앞에 세우고 10년만에 처음으로 사진을 찍은것이다. 이런 나의 갸륵(?)한 생각을 들은 친구는 그날 밤 늦도록 술과 고기를 가져와 흥겹게 놀다 갔다. 그리고 함께 왔던 친구는 사진 값을 치러주기도 했다. 아내는 조금 더웃는 얼굴로 찍을것을 그랬다고 되풀이 말하고있다. <석주·29·상업·점촌읍 신기리 공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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