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졸업식 '추억 만들기' 한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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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0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내곡동 내곡초교 6학년 교실. 7명의 선생님들이 17일 졸업을 앞둔 26명의 제자들의 손에 봉숭아물을 정성스레 들여주고 있다.

"너희들, 꽃물이 지워질 때쯤이면 선생님 얼굴도 잊어버리겠지?"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예-"라고 일제히 대답하고는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예부터 손에 봉숭아물을 들이면 악귀가 도망간다는 말이 전해진다. 선생님들은 제자들의 앞날에 행운만이 가득하기를 기원하면서 봉숭아물을 들여주고 있었다. 학생들이 여름에 따온 봉숭아를 선생님들이 냉장고에 보관해온 것이다.

이 학교에서는 이 밖에도 다채로운 졸업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졸업생 부모들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고 ▶졸업생과 학부모가 촛불을 들고 식장에 동시에 입장하며▶6년간 자신의 잘못을 적은 종이를 불에 태워 날려보내면서 새출발을 다짐하고▶20년 후 꿈을 적은 쪽지를 넣은 풍선을 날린다.

졸업식이 강당이나 운동장에서 교육감이나 교장선생님의 치사를 듣고 교가와 졸업가를 부르던 천편일률적인 의식에서 벗어나 추억을 만드는 장(場)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유성준(13.전북 무안초등6)군은 요즘 어른이 돼서 무슨 일을 할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18일 치러질 졸업식 때 자신의 꿈을 종이에 적어 단지에 담아 묻는 '꿈항아리 심기' 행사 때문이다.

충주 산척초교는 평소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 대한 글을 제출토록 한 뒤 이를 평가해 졸업식장에서 명예 석.박사 학위를 수여한다. 학생 한명당 10만~20만원씩의 장학금도 함께 전달한다.

청주 내곡초교 오하영 교장은 "초등학교 졸업식은 구체적인 꿈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꿈이라는 테마로 진행되는 졸업식 행사는 모교사랑과 사제지간의 정을 두텁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 고창교육청 전호윤(47)장학사는 "과거 졸업식은 졸업생의 학부모.친척이 참석해 사진찍고 자장면을 먹는 행사였다"며 "졸업식이 꿈을 가꾸고 모교에 대한 정을 확인하는 행사가 되도록 관내 학교에 특별한 행사를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안남영, 전주=서형식 기자 <an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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