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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부동산·저축·채권 울산 주식 부산 금에 최대 관심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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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big data)’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소비자들은 무의식 중에 서비스와 제품을 구매하지만, 이렇게 쌓인 구매 정보 사이에서 하나의 일관된 흐름이나 추이를 발견해 낼 수 있어서다. 데이터가 쌓이면 소비자들이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어디에서 지갑을 여는지 등을 추론해 낼 수 있다. 대형 유통업체와 포털업체는 물론 이동통신사와 각종 소비재 관련 기업들이 빅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에 군침을 흘리는 이유다.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포털들이 빅데이터 활용에 골몰한다. 특정 시점에 어떤 검색어가 많이 활용됐는지 등을 통해 경제의 흐름이나 소비자 관심사의 변화추이까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디어는 실제 연구결과로도 도출된다.

지난 4월 영국 워릭대 토비아스 프라이스 경영대 교수와 미국 보스턴대 헬렌 수재너 모트 교수 등은 ‘구글 트렌드를 활용한 금융시장 내 매매행위의 계량화’란 논문을 발표해 화제가 됐다. 논문에 따르면 구글 검색량 중 부채(debt)란 단어의 검색이 늘어나면 주식을 팔고, 반대의 경우 주식을 매수하는 전략을 일관되게 구사할 경우 2004년부터 2011년 사이 326%의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SUNDAY는 구글코리아와 함께 올해 1월부터 이달 13일까지 국내 구글 검색어를 분석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떤 재테크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졌는지를 분석했다. 국내에선 구글을 통해 월 2억 건가량(조사기관 코리안클릭 기준)이 검색된다. 검색어는 재테크 분야 중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은 관심이 있는 ▶부동산 ▶주식 ▶저축 ▶금 ▶채권의 다섯 가지 부문을 중심으로 했다.

부문별로 구글 검색엔진이 자동 추천하는 관련 검색어 열 가지씩을 추가로 분석에 포함시켰다. 예를 들어 부동산의 경우 ‘부동산시세’와 ‘부동산매매’ 등이 부동산의 관련 검색어로 포함됐다. 관련 검색어는 총 35개가 활용됐다. 금과 채권의 경우 상대적으로 검색량이 많지 않아 관련 검색어가 별도로 추출되지 않았다. 인구 차이에 따른 왜곡 정도는 지역별 인구 수에 따라 가중평균을 다르게 주는 방식으로 해소했다.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구글 더글러스 컨추리 데이터센터 내 서버의 모습. 파란 불빛은 각 서버들이 정상적으로 작동 중이란 걸 의미한다. [사진 구글코리아]

재테크의 왕은 역시 부동산
검색어 분석결과 재테크 분야 중 관심도가 가장 높은 분야는 부동산이었다. 이어 주식과 저축, 금 시세, 채권이 뒤를 이었다. ‘평균 검색관심도’는 부동산이 83점으로 가장 높았다. ‘평균 검색관심도’ 기준은 검색량이 가장 많은 4월의 수치를 100점으로 볼 때 상대적인 비중을 뜻한다. 주식은 71점, 저축은 28점, 금 시세는 21점, 채권은 9점이었다. 다시 말해 올 1월부터 6월 13일까지 채권의 월 평균 검색량은 부동산 관련 검색이 가장 많았던 4월 한 달 동안 이뤄진 부동산 관련 검색의 9%에 그친다는 의미다.

부동산과 주식에 대한 관심이 가장 많은 편이었지만 시장 상황이나 정부 정책에 따라 검색량은 수시로 달라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부동산은 최근 경기 침체에 따른 거래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6개월간 검색량 평균이 가장 많았다.

월별로는 조금씩 차이가 났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비수기로 꼽히는 동절기에는 검색이 많지 않았다. 실제 올 1월부터 3월 말까지 검색관심도는 주식을 밑돌았다. 하지만 4월 들어서는 역전됐다. 주식에 이어 줄곧 검색량에서 2위를 달리던 부동산은 4월 첫째 주를 기점으로 주식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구글코리아 측은 “정부가 4·1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시점이어서 부동산 관련 검색어가 늘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4월 내내 초강세를 보였던 부동산 관련 검색량은 부동산 대책의 약발이 잦아든 5월부터 조금씩 주식 관련 검색어들로 대체되는 양상을 보였다.

저축도 정부 정책과 밀접한 양상을 보인다. 저축은 부동산이나 주식에 눌려 만년 3위의 검색관심도를 보이다가 3월 3일부터 9일까지 일주일 동안 검색관심도에서 77점을 기록해 부동산(76점)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다.

3월 초는 18년 만에 부활한 재형저축이 일제히 판매되기 시작한 시점이다. 재형저축은 판매 재개 첫날인 3월 5일 하루에만 17개 은행에서 28만 계좌가 팔려 나가며 200억원의 자금이 몰릴 만큼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출시 석 달 만인 현재는 재형저축 관련 문의가 크게 줄어든 상태다. 지난달 말까지 각 은행의 재형저축 가입 계좌는 약 165만 건. 이 중 82%가량인 135만 계좌가 출시 첫 달인 3월에 가입된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6월 들어 저축의 검색관심도는 금 시세보다도 못한 10점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금 관련 검색은 4월 초에 가장 많았다. 4월 14~20일의 경우 금의 검색관심도는 38점으로 저축(검색관심도 17점)의 두 배를 넘겼다. 금은 올 들어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계속되면서 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지만 4월 초에는 금값 반등에 대한 기대와 증여나 상속 목적으로 골드바를 사려는 수요 등이 맞물리면서 강세를 기록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주식에 대한 관심도도 시장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검색량에 반영됐다. 분석에 따르면 주식 관련 검색은 6월 들어 부동산을 압도하고 있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부진을 거듭하고, 삼성전자 주가 폭락이 이슈가 되면서 검색량이 급증한 것으로 구글코리아 측은 보고 있다.

수도권은 타 지역보다 재테크 관심 커
지역별로 재테크 수단에 대한 선호도가 상이하게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수도권에서는 모든 재테크 분야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인 반면 부동산과 주식은 전국적으로 고른 관심도를 보였다. 지역별 검색관심도는 1위 지역의 검색량을 100으로 했을 때의 비중으로 한다.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서울시 거주민(검색관심도 100)이 가장 많았다. 이어 부산시(97)와 대구시(95)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주식에 대한 관심은 울산시 거주자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시의 경우 주식 관련 검색에서 100의 검색 관심도를 나타냈다. 2위는 부산시(95), 3위는 대전시(93)였다. 금 시세는 부산시민들이 가장 관심이 많은 분야였다. 반면 서울시민은 부산시민의 63%, 경기도민은 부산의 52%만큼만 금 시세에 관심이 있었다.

재테크 개별 상품에 대한 선호도 지역별로 갈렸다. 부동산을 기준으로 볼 때 아파트에 가장 관심이 많은 지역은 대전시였다. 이어 대구와 부산 등이 아파트에 대한 검색량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주택은 충청북도와 대구시에서 인기가 많았다. 아무래도 아파트보다는 전원주택 같은 단독주택이 들어서기 유리한 지역 특징이 나타난 것으로 구글코리아 측은 풀이했다. 오피스텔과 상가, 빌딩 같은 수익형 부동산의 검색비중은 서울시-경기도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몰려 있고 상권이 발달한 곳이 이들 지역이기 때문이다. 저축상품도 지역에 따라 선호가 갈렸다. 적금이나 예금 같은 저축성 상품은 서울과 경기 같은 수도권에서 관심도가 높았다. 하지만 대출 관련 상품들의 경우 수도권은 물론 충청남도와 전라북도·경상북도·경상남도 순으로 고른 관심도를 나타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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