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위조 부품 쓴 원전 16곳 추가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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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검증서류가 위조된 부품이 원자력발전소 16곳에 추가로 공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현재 가동되고 있는 원전만 9기에 달한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검증서류가 위조된 부품이 납품된 원전(지난달 확인됐던 2곳 포함)은 모두 18곳으로 늘어났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원전부품 검증 업체 새한티이피가 발행한 협역수위측정기 등 5종류의 부품 검증서가 위조돼 원전 16곳에 납품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원안위는 “가동 중인 원전 9곳에 사용된 부품들은 필수 안전시설을 보조하는 설비로 원전의 안전성에는 영향이 없다”며 “원전을 계속 가동하면서 부품을 다시 시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원안위의 조치엔 일관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고리2호기와 신월성1호기는 지난달 말 서류가 위조된 제어케이블이 공급된 사실이 드러나 가동을 중단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동을 중단하지 않았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제어케이블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만 사용되는 장비”라며 “같은 논리라면 지난달 말 신고리2호기와 신월성1호기의 가동을 중단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원안위가 안전 문제보다는 (원전 가동 중단에 따른) 전력난을 다소 의식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추가로 검증서류 위조 사실이 확인된 부품은 협역수위측정기·수소제거장치·방사능감지센서·케이블어셈블리·600V 케이블 등 5종류다. 이들 부품은 실제 원전에서 사용되는 붕산수를 사용해 냉각재상실사고(LOCA) 시험을 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새한티이피는 일반 물을 사용해 시험한 결과를 제출했다. 이 같은 사실은 원전비리를 수사 중인 부산지검 동부지청 수사단이 관계자 진술을 확보해 원안위에 알리면서 드러났다.

 원안위에 따르면 냉각재를 다시 사용하기 위해 모아두는 저장조의 수위를 측정하는 협역수위측정기는 고리 4호기(가동 중)에 납품됐다. 협역수위측정기는 원전 운전에 필수적인 광역수위측정기를 보조하는 기능을 한다. 또 격납 건물 안에서 발생하는 수소를 제거하는 수소제거장치는 현재 가동 중인 고리3·4호기, 월성4호기, 한빛2·3·6호기, 한울2·3·6호기와 정비 중인 한울4·5호기에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본 대지진 때 사고가 난 후쿠시마 원전은 쓰나미로 발전기가 침수되며 수소제거장치의 가동이 중지돼 폭발이 일어났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 원전에는 기존 수소제거장치 외에 전기가 끊겨도 작동되는 장비가 설치되고 있다. 현재 총 18기에 설치가 끝났는데, 이 중 11기에 서류가 위조된 부품이 쓰인 것이다. 원안위는 이들 부품에 대해 규정에 따라 붕산수를 사용한 재시험을 실시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방사능감지센서(신고리1·2호기, 신월성1·2호기), 케이블어셈블리(신고리3·4호기), 600V 케이블(고리1호기)은 현재 정비 중이거나 가동이 중단된 원전에 납품됐다.

 한편 검찰은 이날 2008년 신고리 1·2호기 등에 납품한 원전 제어케이블의 시험성적서 위조를 공모한 혐의로 새한티이피 오모(50) 대표와 한국전력기술 김모(53) 부장을 구속했다. 오 대표는 제어케이블의 시험성적서를 위조하고 회사 돈 수천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김 부장은 원전부품 제조 업체인 JS전선과 새한티이피 임직원과 함께 제어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를 공모한 혐의다.

김한별·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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