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 잃은 「성난 세대」|존·오스본 신작 2편|볼티모어·선=본사독점 전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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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성난 젊은이」가 30대에 들어섰을 때 「성난 중년」은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연극 『성난 얼굴로 돌아다 보라』를 써서 50년대 영국 사회에 「앵그리·제너레이션」의 격한 물결을 일으켰던 「존·오스본」은 이번 가을 『암스테르담의 호텔』 『현재의 시간』 등 새로운 연극을 내어놓았는데 비평가들은 한결같이 이들 작품에 활기가 없다고 실망하고 있다.
이 두작품은 모두 실패 속에서 투정 부리는 작가와 남녀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있는데 이들의 대화가 「위트」는 있지만 목적 의식이 약한데다가 주인공들이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으면서 말만 지루하게 떠벌리기 때문에 잔소리의 연속으로 끝나고 만다.
65년에 발표된 「오스본」의 「채택될 수 없는 증거」를 포함한 그의 모든 작품에서처럼 이 두 작품도 「세팅」은 방안으로 국한되어 있다. 『암스테르담의 호텔』은 잔소리 많은 제작자를 피해 『암스테르담』에 몰래 휴가 온 작가 부부와 이 소식을 전해들은 제작자의 자살 소동 등 단순한 「플로트」로 구성되어 있고, 『현재의 시간』은 슬럼프에 빠진 한 여배우가 다시 멋진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잠꼬대처럼 반복하다가 맥빠진 연애 소동 때문에 집을 옮기는 이야기로 끝난다.
계급의식이 강한 영국 사회에서 하층 계급의 한 청년이 독살스러운 자기 주장의 과정을 통해서 기존 질서에 집요하게 항거하는 『성난 얼굴로 돌아다 보라』의 강렬하고 효과적인 인상을 이미 체험한 관객들에게 이러한 새 작품이 주는 인상은 약하기 짝이 없다.
그런 대로 전작이 이루어놓은 성가 덕분인지 관객은 상당히 끌었다.
현재의 시간』이 2개월 남짓 공연된 후 최근 막을 내렸고, 「암스테르담」과 『성난 얼굴로 돌아다 보라』는 계속 공연되고 있다.
39살에 접어든 「오스본」은 자기의 작품 세계가 동시에 공연되는 극작가로서는 보기 드문 행운을 얻었지만 관객 동원이 곧 작품의 질을 평가하는 척도가 될 수 없는 영국 희곡의 전통으로 보아 오히려 이러한 흥행면의 성공이 그의 작가로서의 재질을 둔화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평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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