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투성이‥·"8강 꽃 활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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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적인 8강이다. 거칠 것이 없다. 그 누가 ‘제트엔진’ 단 태극전사를 막으랴.

지금까지 5차례 본선무대에 오른 한국팀은 98프랑스 월드컵까지 14차례 경기에서 4무 10패를 기록했다. 당연히 본선 1회전 탈락은 단골 메뉴였던 시절. 단 1승이 목말랐던 그때.

얻어맞고 터지고 상처만 남았던 한국은 히딩크 감독의 영입이래 마침내 1승, 16강, 나아가 8강의 꽃을 활짝 피우는 개가를 올렸다.

매 경기를 치를 때마다 신기록을 낳는 한국팀의 월드컵 기록을 살펴봤다.

-8강 진출=아시아 국가로는 지난 66년 북한이 이탈리아를 꺾고 오른 이래 처음이다. 공교롭게도 한반도가 같은 팀을 제물로 8강에 올랐다.

-황선홍, 센추리클럽 가입= ‘황새’ 황선홍이 개인으로선 A매치 100경기 출장이라는 대 기록을 달성했다. 예선 1차 전 폴란드전에서 선취 골로 팀 승리에 밑거름이 된 황선홍은 미국전에서 이마가 찢어지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을 독려하는 맏형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는 후반, 교체 투입돼 분위기를 바꾸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홍명보(136), 차범근(121), 최순호(105)에 이어 4번째 기록. 팀의 월드컵 첫 8강 진출로 기쁨은 두 배.

-최근 5경기 무패= 히딩크호의 무한 질주는 브레이크는 없다. 1차전 폴란드전(2-0승), 2차전 미국전(1-1무승부), 3차전 포르투갈(1-0승)에 이어 16강전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2-1로 승리, 98프랑스 월드컵 벨기에전 1-1무승부 이후 최근 5경기 성적이 3승 2무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역대 4무 10패의 초라한 성적에서 3승 4무 10패로 화려한 변신.

-유럽징크스는 없다= 프랑스와 체코에 0-5로 무너지면서 한동안 히딩크 감독을 따라다니던 ‘오대영’ 이라는 이름. 이제 그 이름은 없어진 지 오래다.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폴란드, 포르투갈에 이어 토너먼트에서 이탈리아까지 유럽 팀에 3연승을 기록중이다. 월드컵 직전 벌어진 프랑스와의 친선경기에서 3-2 패배가 유일.

-17호골= 안정환선수의 역전 골든골로 한국은 월드컵에서 17호골을 기록중이다. 지금까지 골을 넣은 선수는 박창선 선수를 시작으로, 김종부, 최순호, 허정무(이상 86년), 황보관(이상 90년), 홍명보(2골), 서정원, 황선홍(이상 94년), 하석주, 유상철(이상 98년), 황선홍, 유상철, 안정환(2골), 박지성, 설기현(이상 2002년)등 총 14명이다.

-모든 게 처음= 16강전을 치른 것도, 연장전을 경험한 것도, 골든 골을 기록한 것도 전부 처음. 그리고 모든걸 현재 진행형으로 갈아치웠다.

-스페인전 1무 1패= FIFA랭킹 8위 ‘무적함대’ 스페인과의 역대 전적은 1무 1패. 90년 월드컵에서 만나 황보관의 대포알 ‘캐넌슛’이 작렬했지만 3-1패. 황보관의 골은 한국팀으로선 90년 대회 유일한 골이기도 하다. 94년 월드컵에서는 홍명보의 프리킥 골에 이어 서정원의 극적인 동점골로 2-2 무승부를 기록한 바 있다. 당시 무더운 날씨로 후반 한국팀에 쩔쩔맸던 스페인을 8년 만에 4강으로 가는 길목에서 다시 만난 셈이다.

이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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