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9) 학생의 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3일은 제l6회 학생의날이다. 이날의 의의가 무엇이든 그근본정신은 두말할것도 없이 39년전의 광주학생사건의 그것을 이어받은것임은 누구나 다 잘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오늘 학생의날에 39년전의 광주학생들의 정신이, 그들의 생리가 어떠한것이었던가를 회고하여보는것이 무엇보다도 뜻있는 일이라하겠다.
그것은 두말할것도없이 일제에 항거하여 투쟁한 용감한 민족정신이라고 간단히 생각해 버린다. 그렇다면 그 전이나 그 이후의 학생들에게는 그러한 민족정신이 희박하였단 말인가? 또는 그들 39년전의광주학생들은 그러한 민족투쟁만을 일삼고 학생의 본분인 배움의 길을 게을리하였던가 하면 그렇지않다.
모든 사람의 내면적인정신작용은 그가 나타난 피상적인 관찰만으로는 그전모를 파악할수 없는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정신은 좀더 폭넓은 깊은것이었다고 믿고있다. 그것은 내가광주고보를 나왔기때문에 당시의 광주고보학생들의 전통적 생리를 알수있고 오늘날 그생리와 광주학생사건과의 연관을 이해할수있기때문이다. 그것은 넓은 의미의 저항정신이었다고 생각한다. 비단 일제의압력뿐만 아니라 모든 외계로부터의 압박에 저항하여 그를 극복하려는 진취적인적극적인 저항정신이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내가 광주고보학생시절에는 겨울에도「러닝샤쓰」만 입고 다닌것을 자랑으로 삼았고또 축구 「볼」을 운동화같은것도 신지않고 맨발로차는것을 남에게 과시하였던것이다.
이것이 바로 의계로부터 오는 힘, 비록 그것이 대자연의 힘일지라도 그에굴복하지않고 그를 자기의힘으로 저항하고 극복하여나아가려는씩씩한 사나이의 높은기상이 아니었던가. 이러한 씩씩한 생리가 구체적으로 일본학생의 압력에부딪쳤을때 폭발한것이 광주학생사건이라 하겠다. 따라서 일제의 압력뿐만아니라 이들학생들은 다른 어떠한 부당한 압력이 있더라도 그를제거하고 자주의 길을걸어가는 정신적자세가돼있었으리라고생각된다. 오늘의 젊은이들이 모든 잘못을 물질적 환경적 여건에만 핑계대고 자기의 책임을 피하려하는 나약한 정신적자세를 보면 더우기 당시의광주학생의 저항정신이 아시워진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