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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스나이더 감독 ‘맨 오브 스틸’ 액션은 수퍼급, 고뇌의 깊이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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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맨 오브 스틸’에서 새로운 수퍼맨을 맡은 영국 출신 배우 헨리 카빌. 극중 크립톤 행성에서 ‘칼엘’로 태어나 지구에서 ‘클락’으로 자란 뒤 수퍼맨의 운명을 받아들인다. [사진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올 여름 줄이어 개봉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중에도 ‘맨 오브 스틸’(13일 개봉)은 진작부터 큰 기대를 모아왔다. 수퍼맨 시리즈의 새로운 출발인 이 영화를 주도한 것이 다름아닌 크리스토퍼 놀런과 잭 스나이더, 각자 뚜렷한 장기로 현재 할리우드에서 손꼽히는 감독들이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의 연출을 맡은 잭 스나이더의 장기는 사실감을 훌쩍 뛰어넘어 액션의 위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것. 스파르타 군사들의 맨몸 액션을 웅장한 볼거리로 승화시킨 ‘300’(2007)이 그의 대표작이다.

 게다가 이번 영화의 원안과 제작을 맡은 크리스토퍼 놀런은 ‘다크 나이트’ 3부작(2005~2012)으로 배트맨 시리즈를 성공리에 재탄생시킨 주역이다. 그가 직접 연출을 맡았던 이 3부작은 선과 악 사이에서 고민하는 배트맨의 모습을 통해 수퍼히어로 영화에 철학적 깊이를 더하는 새로운 차원을 선보였다.

 이런 두 사람의 물리적 결합은 예상대로다. ‘맨 오브 스틸’은 잭 스나이더의 액션과 크리스토퍼 놀런의 철학을 두 개의 엔진으로 삼는다. 그런데 화학적 결합은 만족스럽지 않다. 둘 가운데 액션의 엔진은 제대로 가동했지만 철학의 엔진은 다소 털털거린다.

 우선 ‘맨 오브 스틸’의 액션은 상상 이상이다. 박력 넘치는 앵글과 사운드, 공간 이동에 가까운 속도감으로 지축을 흔드는 것 같은 물리적 충격을 객석에 전달한다. 카메라를 수퍼맨의 망토 끝에라도 달아 놓은 듯, 수퍼맨은 마치 관객의 코끝을 스치듯 우주를 날아다닌다.

 이 영화의 액션은 수퍼 히어로 중에도 으뜸으로 꼽혀온 수퍼맨의 능력을, 수퍼 히어로 영화의 한계를 시험하듯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강도 높게 펼쳐진다. 나중에는 액션의 강도가 너무 비현실적으로 펼쳐지는 나머지 액션의 효과가 관객의 구체적인 감각에 와 닿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반면 수퍼맨의 존재론적이며 근원적인 고민은 똑같은 질문의 반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다크 나이트’시리즈의 배트맨이 선과 악 사이에서 고민했다면, 수퍼맨은 크립톤인과 지구인 사이에서 고민한다.

 이번 영화에서 수퍼맨(헨리 카빌)은 크립톤인도, 지구인도 아닌 중간자로 묘사된다. 수퍼맨은 지구인과 다른 초능력을 가진 동시에 성장기의 고통을 통해 지구의 환경에도 완벽하게 적응한 존재다. 지구인들은 그가 지닌 미지의 엄청난 힘을 두려워하고, 크립톤인들은 그를 크립톤 행성의 재건을 막는 방해물로 여긴다. 수퍼맨은 선택해야 한다. 고향 크립톤의 재건을 위해 지구를 짓밟으려는 조드(마이클 섀넌) 장군의 편에 설 것이냐, 제2의 고향 지구인 편에 설 것이냐.

 수퍼맨은 남다른 엄청난 능력 때문에 어린 시절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할 때도, 무너지는 유전탑에서 몰사당할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할 때도, 한참 전 지구로 보내진 크립톤의 우주선에서 생부인 조엘(러셀 크로)의 영혼을 만나 자신의 배경을 알게 됐을 때도, 크립톤을 재건하겠다는 소명의식으로 무장한 조드 장군과 처음 대면했을 때도 늘 똑같은 질문을 곱씹는다. 그러다 이렇다 할 계기 없이 당연한 듯 지구인을 돕겠다고 나서는 모습이 당황스럽다.

 뛰어난 영상가 잭 스나이더는 새로운 수퍼맨 영화를 만들겠다는 야심을 곳곳에서 드러냈다. 오래 귀에 익은 존 윌리엄스의 테마곡마저 버리고 한스 짐머의 새로운 음악을 선택했다. 그럼에도 크리스토퍼 놀런이 ‘다크 나이트’에서 구현했던 철학을 소화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것 역시 보여준다. 143분. 12세 관람가.

장성란 기자

★ 5개 만점, ☆는 ★의 반 개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 수퍼맨 시리즈 특유의 친근함 대신 다소 어두운 분위기로 정체성의 고민을 담아낸다. 후반부의 액션은 물량위주. 완급조절이 더 필요했다.

 ★★★☆(임주리 기자) 새로운 수퍼맨의 장엄한 탄생. 수퍼맨 본래 이야기의 고갱이를 세련되게, 기대에 걸맞게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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