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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혁신에 3조 투자 … 일자리 2만5000개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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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이석채 KT 회장은 11일 서울 광화문사옥에서 열린 ‘통합 KT 출범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이끌며 국민에게 새로운 꿈과 기회를 제공하는 ‘ICT 뉴 프런티어’가 되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통신을 버려야 KT가 산다.”

 처음에는 통신업체의 최고경영자(CEO)가 내놓은 전략치고는 낯설게 들렸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이석채(68) KT 회장의 행보는 이 ‘레토릭(수사)’을 ‘팩트(사실)’로 만들었다. 그가 화석화될 위기에 놓인 ‘통신 공룡’ 부활을 위해 들고나온 전략이 ‘탈(脫)통신’이었다. 그리고 전략 실행을 위해 취한 첫 번째 전술이 KTF와의 합병이다. 이 회장은 2009년 6월 KTF와의 합병을 추진하며 ‘제2의 창립’을 선언했다. 통신시장의 위기 속에서 비통신 분야의 투자를 통해 지속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2017년까지 기가 인터넷망 구축

 4년이 지난 지금도 이 회장의 발걸음은 여전히 분주하다. 그는 11일 서울 광화문사옥에서 ‘통합 KT 출범 4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보통신기술(ICT) 뉴 프런티어’ 전략을 밝혔다. 앞으로 4년간 네트워크 고도화에 3조원을 투자하고, 이를 통해 ICT 기반의 일자리 2만5000개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ICT는 창조경제의 근간이자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성장 동력”이라며 “4년 전 KT와 KTF 합병 당시의 약속을 지켜온 것처럼 KT는 혁신을 통해 많은 사람의 꿈을 이루고 글로벌 진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달 양방향 소통 IPTV 출시

 KT는 기존 네트워크망 투자(CAPEX)와 별도로 2017년까지 네트워크 고도화에 3조원을 추가 투자해 ‘기가 인터넷’ 시대를 열 계획이다. 초고속 인터넷이 온라인 쇼핑·뱅킹 등의 시장을 만들어낸 것처럼 현재보다 10배 빠른 기가급 인터넷망을 구축하면 고화질(HD) 비디오나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한 실시간 게임·증강현실 서비스 등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계산이다. 이를 위해 KT는 네트워크 장비 구매에 1조3500억원, 통신 인프라 구축에 4500억원, 정보기술(IT) 서비스에 1조2000억원 등을 투자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장비 관리와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분야에서 총 2만5000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게 KT의 계산이다. 3조원은 롱텀에볼루션(LTE) 망 구축이 최고조였던 지난 한 해 동안 통신 3사가 네트워크에 투자한 금액의 절반에 달하는 수준이다.

 기가 인터넷망에서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는 웹 방식의 인터넷TV(IPTV)도 다음달 출시한다. 전용 셋톱박스를 갖추고 서비스에 가입해야 볼 수 있던 IPTV를 개방형 운영체제(OS)를 탑재한 범용 셋톱박스로도 즐길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웹 방식 도입으로 IPTV가 PC 못지않은 양방향 소통의 도구로 바뀐다는 의미”라며 “누구나 콘텐트를 제작하고, 서비스 개발에 참여할 수 있고, 원하는 콘텐트를 쉽게 가상공간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도 강화한다. 단순하게 돈만 쏟아붓는 게 아니라 ICT 기술과 노하우 전수에 초점을 맞췄다. KT는 최근 아프리카 르완다와 LTE 구축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르완다 등 글로벌 진출 강화

 이 회장의 이날 선언이 선거철 남발되는 ‘공약(空約)’으로 들리지 않는 건 4년간의 성과 때문이다. 그간 KT는 환골탈태했다. 4년간 BC카드·금호렌터카(현 KT렌탈)·스카이라이프(KT스카이라이프) 등을 인수합병(M&A)했다. 기존 사업과는 맞지 않는 ‘문어발 확장’처럼 보였지만, KT는 이들 기업에 ICT를 이식해 경쟁력을 키웠다. 벤처기업 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유스트림코리아(동영상 미디어 플랫폼)·엔써즈(콘텐트 검색·유통)·소프닉스(컴퓨터 프로그래밍) 등을 인수해 기존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했다. 그 결과 합병 이전인 2009년 3월 말 29곳이던 KT의 계열사는 현재 51개로 늘어났다. 특히 KT의 비통신 그룹사 매출은 2008년 1조100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6조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KT는 올해 그룹 미디어·콘텐트 분야에서 1조30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상재화’ 유통 생태계 선도

 이 회장은 한발 더 나아가 이날 “그룹 내 역량을 집중해 글로벌 미디어 유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가장 주력하고 있는 것이 가상재화(virtual goods) 사업이다. 포화된 통신시장에서 벗어나 콘텐트를 제작·유통해 가상재화의 중심 유통사로 자리 잡는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자신의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회장은 “여러분들이 알아서 판단하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게 이슈가 된다는 것 자체가…(문제다)”라며 사퇴설을 부인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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