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이세돌과 구리, 그리고 김장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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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결승 1국>
○·이세돌 9단 ?●·구리 9단

제1보(1~14)=준결승전 마지막 날 가수 김장훈씨가 대국장인 유성 삼성연수원까지 내려왔지요. 바둑을 무척이나 좋아해 프로기사 아니면 한국기원 옆 중국집 배달부라도 되고 싶었다고 고백합니다.

또 “한국 바둑이 일본처럼 몰락할 수는 없다”며 바둑을 위해 무엇이든 하고 싶다고 말해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기부도 잘하고 독도 지키기도 열심이어서 평소 존경스러운 젊은이다 싶었는데 그가 바둑까지 좋아한다니 참 흐뭇했습니다. 나도 그와 많은 말을 나눴지요.

그러나 세상에 고민 없는 사람은 없더군요. 조훈현 9단과 4점 놓고 대국한 뒤 김장훈씨는 이세돌 9단과 해 지는 정원에 나란히 앉아 말없이 담배를 피웠습니다. 그 광경이 오랫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네요.

 짙은 단풍 아래서 구리 9단도 인터뷰하고 있었습니다. ‘90후’들에 매번 져서 재기가 힘들다는 평가였지만 최근 술과 모임을 멀리하면서 다시 삼성화재배 결승에 올랐다는 내용이네요.

이리하여 결승 3번기가 12월 11일 상하이 그랜드센트럴 호텔에서 시작됐습니다. 이세돌 9단은 아침에 아무것도 먹지 않았습니다. 지금 그의 정신은 숫돌에 간 듯 예리하게 벼려진 상태지요. 밥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요란한 플래시 세례 속에서 돌을 가리니 구리가 흑입니다. 첫 수가 우상귀 화점에 떨어지고 다시 요란하게 플래시가 터집니다. 비로소 결승전이 시작됐다는 느낌이 옵니다.

 흑5가 재미있지요? 구리가 즐겨 쓰는 변형 미니 중국식입니다. 백4가 소목일 때는 곧잘 이렇게도 둡니다. 8은 5를 의식한 수고요, 9로 걸쳐 바둑이 흘러가네요.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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