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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보는 마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광화문「로터리」에 그 위용을 자랑하고있는 이순신장군동상에 대해서 요새 의문을 품고있는 사가들이 있다.
첫째 칼을 오른손에 들고있는것은 항복의 표시라는 것이다.
이순신장군이 왼손잡이였다면 오른손에 칼을 쥐는것이 당연하지 않겠느냐고 할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왼손잡이였다는 증거는 없다는 것이다.
동상앞에 놓인 두 북(북)도 바닥에 엎드려 놓는것은 항복할 때에만 그런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동상에서는 갑옷 속에 두루마기를 입고 있는데 그것도 전투시에는 입지 않는게 관례였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민족의 얼을 일깨우기위해 세워진 이순신동상이 사실은 가장 굴욕적인「포즈」를 취하고있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분개하고들 있다. 그렇다면 동상이 세워지기 전에 항의가 나왔어야 할텐데 뒷공론으로 그치고있는 것은 비판자들 자신도 확실한 논거를 제시하기가 힘들기때문인가 보다.
동상이 제대로 세워진 것이든 아니든, 이것은 우리가 얼마나 사실에 어두운가를 보여주는 슬픈 얘기다. 대한문에 관한 시비도 마찬가지다.
대한문의 철거나 후퇴를 주장하는 사람은 대한문의 역사나 문화재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있기때문이라고 할까.
수도서울의 현대화를 위해서는 어쩔수 없는일이라고 그럴듯이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한동안 시비가있었던 덕수궁의 돌담을 수책으로 바꾸는게 미관상 좋다고 우기던 사람이 이번에는 다시 그 철책을 헐고 돌담으로 바꾸어진데대해서 아무말도 없는걸 보면 「현대화를 위해서」라는 명분도 별로 대단한것은 아닌듯하다.
그렇지만 대한문 절대사수파에게도 석연치 않은 데가 있다.
대한문이 문화재로서 그처럼 귀중한 것이라면 좀 더 문화재답게 보존하는데 힘써야 할것이다. 그저 고색창연하기만 한다면야 그런대로 유물다운 멋이있어 좋겠다.
그러나 덩그렁 「슈퍼·하이웨이」옆에 나동그라져있는 대한문은 누더기를 걸쳐입은 듯이 초라하게만 보일뿐이다.
「시멘트」로 메워놓은 개표구며 입찰을 위해 쌓아올린 칸막이들은 제발 오늘이라도 무너뜨려 원형대로의 문을 시민들에게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대한문보존을 위한 여론의 지지를 받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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