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강압에 굽히지 않는다|체코 탈출한 삼육대학장「루돌프·클라임즈」박사 회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20년 전인 1948년 12월 20일 조국 「체코슬로바키아」를 탈출,「캐나다」로 이주 귀화했다가 59년 한국에 와서 삼육대학장으로 재직중인 「루돌프·E·클라임즈」씨는 정통적 「마르크스·레닌」주의가 수정된, 자국의 특정한 사정에 부합된 자유화노선을 추구한다는 이유로 적아닌 동맹국의 군화에 짓밟힌 오늘의 「체코」사태를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소련과 독일이라는 양대국 사이에서 항상 외세의 위협과 침략을 받는 슬픈 역사를 지닌 「체코슬로바키아」는 이념상의 적아닌 동맹국 5개국의 침략아래 사상최대의 시련을 겪고 있다.
양대국 사이에서 수다한 외세의 침략에도 불구하고 결코 외세의 안주를 허용치않던 「체코」국민은 이번 시련에서도 하루아침에 우방으로부터 침략자로 표변한 소련의 강압에 결코 굴하지는 않을 것이다.
소련과 동구 4개국의「바르샤바」수뇌회담도 정면에서는 「체코」의 자유화를 간섭하는 것은 삼가더니 「체코」자유화의 도도한 물결이 이미 다극화 기미를 보인 나머지 동구위성국에의 파급이 불가피함을 염려한 소련은 마침내 사회주의수호와 반혁명저지라는 미명아래 동맹국 「체코」의 주권을 짓밟는 침략을 자행했다.
「마르크스」주의에 인간성을 부여하며 인간의 본능을 음지에서 해방시키려는 움직임인 「체코」의 자유화노선은 소련의 폭거에 일견 위축될것같은 위기에 처했으나, 어떠한 무력도 인간성본연의 자세를 억누르지 못했다는 인류사는 「체코」국민이 「체코」사상최대의 어려움을 끝내에는 극복할수있을 것임을 예고하고있다.
자유화를 무력으로 저지하려는 소련의 강압에대해 20년간의 「스탈린」주의 정치를 청산한 「체코」가 결코 유유낙락하지 않을 보장은, 자주적이고 진보적이며 강인한 「체코」국민성과 소련의 침략을 좌시않을 건재한 국제여론이다.
설사 「체코」개혁파의 후퇴가 소련의 물리적인 힘으로 일시적으로 불가피할지라도 광범한 대중사이에 엄존하는 자립독립성은 민중의 끈길긴 「게릴라」투쟁을 불가피하게 하고 나머지 동구위성국들의 민중에서도 이미 팽배한 자립화 기운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역전시키려는 소련의 시도를 좌절시키고야 말것이다.
소련은 무력의 압력으로 보수파의 대두와함께 가능하다면 전통치자 「안토닌·노보트니」의 복귀도 희망하고있는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한때나마 역사의 정로를 굽혀보려는 소련도 역사의 퇴물로 이미 탈락된 「스탈린」주의자 「노보트니」의 복귀라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않을 것이다.
「두브체크」당 제1서기의 과감한 자유화정책으로 억압되었던 언론·거주·여행의 자유와 소규모기업의 사유화 등 자유가 향유되고 「체코」가 자랑하는 「드보르작」의 「신세계에서」 「유모레스크」등 음악과 극작가 「카를·차페크」의 희곡 「로보트」,「카프카」의 소설 등이 대중사이에 햇볕을 보게 되었던것이다.
이런 「체코」예술의 향기가 소련의 군화로 또다시 상당한 기간중 민중의 애호로부터 격리될 운명이 「체코」민중에게 강요되어서는 안된다.
소련은 「스탈린」주의자인 「노보트니」지지세력인 보수파가 「체코」당내에서 다수파이고, 개혁파인 「두브체크」세력이 소수파인 것처럼 강변하고 있으나 「노보트니」가 합법적으로 당에서 축출되고, 그의 지지세력은 일부 부패관리와 노동귀족, 「스탈린」의 치하에서 발호하던 「테러리스트」들밖에 없다는 사실은 소련이 강압적으로 수립하려는 보수파정권이 대다수 민중의 지지를 얻지 못할것을 단적으로 시사하고있다.
소련진영에서 즐겨 사용되는 「마르크스·레닌」주의라는 말에서도 대부분의 「체코」민중은 「마르크스」주의란 말을 굳이 고수해온 사실은, 「체코」의 수정된 공산주의에서는「레닌」주의의 현실이 부정되고 「마르크스」주의의 이상과 인간성존중이 추구되어 왔음을의미한다.
침략적인 양대국사이에서 압박침략을 거듭받은 쓰라린 역사의 발자취속에서도 강인하게 자주성을 지켜오던 「체코」국민이 오늘의 시련을 극복함에있어 중요한것은 소련의 만행에 분개하는 국제정의의 성원과 비동맹국들의 외교적 지원이다.
무력만이 만능이아닌 인류사여 흐름과 자유화를 성원하는 인류의 희원은 평화로운 중구의 한 구석에 기어이 「드보르작」의 「신세계에서」가 거침없이 울려 퍼지게 하고야 말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