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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전역 반정부 시위, 939명 체포 2000여명 부상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터키 전역 90여 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939명이 체포됐다. 최대도시 이스탄불에서는 100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수도 앙카라에서도 수백명이 다쳤다.

이번 사태는 터키 이스탄불 도심의 공원을 지키려는 시위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격화되면서 반정부 집회로 확산됐다. 긴장이 고조되자 압둘라 귤 터키 대통령은 경찰에 철수를 지시했으며 시위대에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촉구했다.

터키 언론들은 1일(현지시간) 경찰이 5일째 접어든 ‘탁심 점령’(Occupy Taksim) 시위대에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면서 강경 진압을 벌였으나 이날 오후 귤 대통령의 지시로 철수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오전부터 이스탄불 탁심 광장 인근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투석전을 벌이는 등 격렬한 충돌이 빚어졌으며 시민 수천명은 보스포러스대교를 건너는 거리시위를 벌였다.

시위는 탁심 광장의 게지공원을 없애고 대형 쇼핑몰을 짓는 공사를 저지하고자 지난달 28일 시민단체인 ‘탁심연대’가 공원을 점령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탁심 광장은 터키 민주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또 게지공원은 이 지역 내 남은 마지막 숲이이다. 탁심연대를 주축으로 한 시위대는 게지공원에서 텐트를 치고 보초를 서면서 숲의 중요성을 알리고 묘목 심기와 미니 콘서트 등을 벌여왔다.

그러다 지난달 30일 이 곳에서 벌어지던 소규모 집회에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면서 사태가 악화됐다. 분노한 시민들이 모여들면서 시위대 규모가 급속히 늘었다. 반정부 구호도 등장했다. 야당인 공화인민당과 평화민주당의 중진 의원들도 시위 현장을 방문해 공사 현장을 가로막는 등 시위대에 동참했다.

일부 시위대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59) 터키 총리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또한 에르도안 총리의 민영화 정책과 한-터키 자유무역협정 등 경제정책과 전체주의적인 통치를 비판하는 반정부 구호를 외쳤다.

사태 악화에도 에르도안 총리는 1일 기자회견에서 "경찰은 탁심에 오늘도, 내일도 있을 것이며 극단주의자들이 제멋대로 날뛰는 곳이 되도록 두지는 않겠다"며 시위 중단을 촉구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 나라에서 누구나 시위할 자유는 있지만 어느 곳을 점령할 권리는 없다"고 시위대를 비판하면서 공사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총리는 10년의 집권 기간 동안 터키를 유럽연합에 접근시키고 이 지역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경제를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터키 국민들은 여전히 에르도안 총리에게 높은 지지율을 보내고 있지만, 그의 전체주의적인 통치방식과 이슬람 색채를 강조하는 과도한 종교적 보수주의는 이슬람 세속주의 민주국가라는 독특한 형태를 유지해온 터키의 정체성을 훼손시키고 있다는 반발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에도 주류 판매를 더 엄격히 제한하고 공공장소에서 남녀간 애정 표시를 규제해 반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20명이 모여서 나를 반대하는 시위를 한다면 나는 2만명을 모으겠다. 10만명이 모인다면 나는 100만명의 당원을 동원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총리의 강경한 입장은 오히려 반대 세력을 규합시키고 있다. 탁심광장에서 열린 집회에는 야권 지지자들과 함께 이슬람 소수파인 쿠르드당 지지자들과 이스탄불의 라이벌 축구팀 팬들이 한자리에 모여 춤을 추는 광경이 목격됐다.

시위가 확산되자 귤 대통령이 나서 긴급성명을 발표, “민주 국가에서 반대는 법규를 지켜야만 용인될 수 있으며 당국도 반대나 우려를 표명하는 의견을 진지하게 경청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시위대와 경찰 양측에 상식을 되찾아 달라고 요구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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