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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헬스 시대, 의료계 새로운 패러다임 열리나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지난 1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원격의료 허용에 관한 내용을 언급했다. 이 자리에서 진영 복지부 장관은 원격의료가 허용되지 않고 있어 산업적으로 문제가 있으며, 이 부분은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의지를 보였다. 사실 원격의료를 포함한 U헬스케어에 관한 법적인 문제점은 지난 2010년부터 있어왔지만 번번히 법 개정이 일단락 됐다. 하지만 이번 청와대 회의에서 다시 한번 원격의료 허용 문제가 수면 밖으로 나왔고, 법 개정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게 됐다. 법적인 문제가 풀리면 상급병원에서도 원격진료가 가능하게 돼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이 열린다. U헬스 시대를 대비해 열심히 시스템 개발과 시범사업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각 병원들의 사례를 모아봤다.

서울아산병원, 스마트폰 이용한 ‘모바일헬스’ 서비스 활발

“단순히 PC를 통해 데이터를 통합하는 U-헬스는 20여 년 전의 개념이다. 지금은 모바일헬스 시대다. PC의 역할을 스마트폰이 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데이터를 통합하는 기기들이 없었지만, 이젠 스마트폰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환자든 의료진이든 요즘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은 흔하지 않나.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이재호 교수(U-헬스센터 부소장)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서울아산병원의 U-헬스는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모바일헬스’로 방향을 잡았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아산병원의 U-헬스는 ▲스마트 호스피탈 ▲스마트 페이션트 ▲스마트 클리닉(또는 센터)로 세분화된다. 이 교수는 “병원 내에서 꼭 진료실이 아니더라도 어디서든 진료가 가능토록 하고,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환자가 병원 밖에서도 스스로 질병을 관리하도록 하며, 특화된 클리닉을 열어주는 것이 바로 이 세 가지 스마트 각각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아산병원은 이미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 환자의 증상 관리에 적용해왔다. 이 교수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해 환자에게 질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환자가 직접 증상을 입력해 진료에 활용하고 있다”며 “당뇨병과 암 같은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증상 케어의 질을 높이고 지속적인 관리를 가능토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내손안의 차트’와 ‘나의 항암수첩’이다. ‘내 손안의 차트’는 안드로이드용 어플리케이션으로, 아산병원의 각종 의료정보를 비롯해 환자의 검사 결과와 복용 중인 약의 종류, 그에 관한 정보 등을 제공한다. 이미 이용자가 10만 명이 훌쩍 넘었다. 그 중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는 환자는 4000여명 정도다.

이 교수는 “주로 병원에 자주 오는 만성질환자들이 사용하는데, 더 많은 검사 결과와 정보를 보게 해달라고 적극적으로 주문할 정도로 만족도는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나의 항암수첩’은 암 환자의 일정 관리를 돕는 어플리케이션이다. 해당 환자의 항암 일정과 복용약, 부작용 등을 보여준다. 환자는 자신의 증상을 직접 입력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병원은 환자의 질병 중심의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는 자신의 증상을 기록한다. 이를 통해 환자는 병원 밖, 일상생활에서도 질병 관리가 가능하며, 의료진은 기록을 보며 환자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환자가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다니는 암센터에서는 환자가 직접 입력해주는 정보가 진료에 많은 부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환자의 통증이나 기분 등 증상의 변화를 미리 알면 진료할 때 훨씬 수월하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아산병원은 ‘생활 속의 응급’, ‘소아암수첩’, ‘Pharm Consult’, ‘CPCR Drugs’ 등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환자 중심’의 U-헬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모바일 프로그램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는 다른 병원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만약 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볼 때, 처음부터 다시 검사받을 필요 없이 기존 자료들을 활용해 환자의 증상을 바로 판단할 수 있다.

모바일헬스롤 통한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이 교수는 “아직까지 효과에 대한 자체적인 분석과 평가는 없었지만, 긍정적인 변화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의료진의 경우, 환자의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굳이 자신의 컴퓨터 앞에 앉을 필요가 없어졌다. 모바일 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확인이 가능한 덕분이다. 엑스레이 같은 검사 결과를 환자에게 보여줄 때도 마찬가지다. 병실에서 환자에게 직접 보여줄 수 있다. 시공간의 제한을 극복하고 언제, 어디서나 환자 중심의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물론 남은 과제는 있다. 이 교수는 “지금은 환자가 직접 자신의 증상을 입력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향후 웨어러블 컴퓨터 등 여러 가지 디바이스를 활용해 환자가 굳이 입력하지 않더라도 데이터가 모이는 방법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혈당기기 등 여러 기기들의 정보를 스마트폰에 자동으로 전송시킬 수 있는 방법 등을 연구 중이다.

이어 이 교수는 “현재 아산병원 U-헬스서비스 중 일부는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외부 업체와 협력을 논의 중”이라며 “아직까지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환자의 안전과 질병의 꾸준한 관리를 위한 모바일 프로그램의 개발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북삼성병원, ‘Healthy Note’로 당뇨병 환자 모니터링‧관리

강북삼성병원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U헬스를 구현했다. 주식회사 씨브이네트와 공동으로 개발한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 ‘Healthy Note’가 이에 해당한다.

강북삼성병원 당뇨병센터는 Healthy Note 개발에 앞장섰다.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은 효율적인 생활습관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환자 관리 서비스에는 한계가 있다. 환자가 의료기관에 방문하지 않는 기간 동안 환자가 직접 작성한 혈압, 혈당, 식사, 운동 노트를 보고 의료진은 환자의 상태를 평가하고 관리 방법을 제시했다. 의료기관의 권고사항을 환자가 잘 따르고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강북삼성병원의 Healthy Note 서비스는 이 같은 한계를 보완했다. 서비스 단계는 다음과 같다.

우선 당뇨병 환자에게 당뇨 교육을 실시한 후, 스마트폰에 Healthy Note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게 한다. 환자가 이 앱을 통해 자신의 증상에 대한 데이터를 입력하면, 즉시 병원 서버에 저장된다. 간호사, 영양처방사, 운동처방사 등이 상담할 때 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 환자의 입력 데이터를 주간, 월간 단위로 분석해 그에 대한 메시지를 환자에게 전송한다. 환자는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고도 자신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관리받고 있다는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원하면 간호사, 영양처방사, 운동처방사 등과 온라인 상담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강북삼성병원은 이 같은 Healthy Note 서비스 운영 경험을 토대로, 오는 10월 다양한 기능을 추가보완해 앱을 재오픈할 예정이다. 일정에 따른 질환 관리 서비스, 교육컨텐츠, 처방정보, 자동연동기능 등이 추가된다. 이를 바탕으로 Healthy Note 서비스 활용 범위를 점차 넓혀 종합건강검진센터의 사후관리 서비스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건국대병원, 심장환자 심전도 스마트폰으로 진단

의료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불치병으로 생각되던 질병의 치료법이 생기고, 첨단 의료기기를 이용한 정확한 진단법이 새로 등장한다. 하지만 의료계에서 달라지지 않고 있던 한 가지가 있다. ‘아프면 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나야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병원을 찾기도 전에 돌연사(突然死)하고 있다. 그리고 이 중 대부분은 심장 질환으로 사망한다. 언제 어디서든 바로 심장 상태를 전문 의료진에게 정확하게 상담 받고, 응급처치를 지시 받는다면 어떨까?

건국대학교병원 심장혈관센터는 HUS라는 유헬스케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환자의 심전도를 실시간 병원과 주치의에게 전달해 심장상태를 평가한다. 현재까지 유비쿼터스 진료는 화상통화를 통해 의사와 상담하는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HUS는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시간 원격검사가 진행되는 진정한 유비쿼터스 진료라는 점에서 다르다.

심장병 환자에게 원격진료가 필수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심장병 환자 95%가 평생 진료를 필요로 하고 동맥경화 등 관련질환이 계속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추적관찰이 필요한 것이다. HUS는 부정맥이나 협심증·심근경색증 등 심장병이 있는 환자, 심장이식 수술 전후의 환자, 심장병으로 늘 불안한 환자들에게 필요하다. 2008년 11월부터 시범사업으로 운영돼 온 HUS는 2009년 4월 서비스가 본격 개시되면서 상용화됐다. 현재까지 740여 명의 환자가 이용하고 있다.

환자는 심장에서 이상이 느껴지면 바로 그 자리에서 신체에 담배갑 크기의 휴대용 심전도 검사 장치를 붙여 무선으로 심장상태 데이터를 심장혈관센터에 전달한다. 간호사들은 실시간으로 전달받는 심전도 정보를 24시간 지켜본다. 위급신호가 나타나면 즉시 해당 전문의에게 연락하고 전문의는 환자에게 응급진료 및 처방을 지시한다.

서버와 필요 장비 및 시스템을 도입해 U-헬스 센터를 구축한 후 이 시스템의 상용화가 보건복지부의 2008년도 보건의료연구개발사업 과제로 선정되자 본격적인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향후 심전도 외에 혈압·혈당·산포포화도 등 각종 생체신호를 종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건국대학교병원 송명근심장혈관외과클리닉은 심장환자 전용 24시간 상담전화(010-7448-3030)를 개통했다. 환자들이 365일 24시간 언제든 의사와 전화상담이 가능하다. 하지만 전화로 환자의 증상을 듣는 것만으로는 응급상황을 판단하기 어렵다. 혈압이나 심전도 등 기본적인 검사조차 없이 이야기만 듣고 진단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기 때문.

송명근 건국대병원 심혈관외과 교수는 "가슴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와 전화통화만으로는 협심증이 재발한 것인지 상처로 인한 통증인지 판단하기 애매하다"며 전화상담의 한계를 설명한다. 이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개발한 ‘휴대전화를 이용한 심장환자 원격관리시스템’은 휴대전화를 이용, 원격지(국내외)에 있는 심장환자의 심전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HUS는 심장 환자의 관리 외에 당뇨병환자, 임산부 등 실시간으로 정확한 검사를 필요로 하는 분야
에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앞으로 유헬스 분야는 정보통신기술(IT)의 디지털 융합기술을 바탕으로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등 첨단기술이 접목되어 매우 큰 발전이 예상된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약자와 같이 사회적 약자가 병원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자신의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하고 건강관리 및 케어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전 진료 분야에 적용되는 미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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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 정심교 기자 okafm@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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