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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파스타·토르티아 … 고추장 앞에 맛의 국경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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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을 이용해 쓰촨(四川)요리 `궁보계정` 을 만들고 있는 모습. 매운 건고추와 고추기름으로 양념하는 정통 궁보계정보다 맛이 훨씬 부드럽고 개운하다.

고추장과 파스타, 고추장과 토르티아…. 의외로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찌개나 볶음·무침 등 뻔한 요리에서만 고추장이 제맛을 내는 게 아니다. 칼칼한 맛으로 식욕을 돋우는 이색 고추장 요리들을 찾아봤다. 아이디어는 고추장을 활용한 다양한 음식을 연구하고 있는 대상㈜ 청정원 ‘VI(Value Innovation)센터’의 신수경 센터장에게 들었다.

신 센터장은 고추장에 대해 “서양 요리도 한국적인 맛으로 변신시켜 주는 양념”이라며 “느끼하고 기름진 음식을 우리 입맛에 딱 맞게 바꿔준다”고 말했다. 돼지고기 요리나 오리 요리 등 특유의 냄새가 나는 요리에 넣으면 냄새를 없애주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입맛을 살리는 색, ‘빨강’의 장점도 크다. 고추장과 특히 잘 어울리는 식재료는 치즈다. 신 센터장은 “고추장과 치즈 모두 발효음식이어서, 두 재료를 섞으면 깊은 맛의 상승작용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콩나물 파스타

재료=고추장 4큰술, 스파게티면 200g, 삼겹살 200g, 파프리카(빨강·노랑) 색깔별 2분의 1개씩, 팽이버섯 1 묶음, 크림치즈 2큰술, 콩나물 3000g, 청경채 4개, 올리고당 4큰술, 포도씨유 2큰술

만드는 법=①끓는 소금물에 스파게티면을 8∼9분 동안 삶아 건져 둔다. ②삼겹살·파프리카·청경채를 길쭉하게 썬다. ③달궈진 팬에 포도씨유를 두른 뒤 삼겹살과 고추장을 넣어 볶는다. ④③에 청경채·파프리카·팽이버섯·콩나물을 넣고 볶아 숨이 죽으면, 스파게티면과 크림치즈를 넣어 완전히 익힌다. ⑤접시에 담아 낸다.

● 스파게티면을 빼고 만들면 한식과 어울리는 반찬이 된다. 채소 함량이 높은 건강 반찬이다. 반찬으로 만들 경우 재료 양을 절반 정도로 줄인다. 포도씨유는 특별한 색과 맛이 없어 한식 요리에 쓰기 적당한 기름이다.

고추장 토르티아 랩 샌드위치

재료(4인분 기준)=고추장 2큰술, 토르티아 4장, 토마토 1개, 팽이버섯 1묶음, 표고버섯 1개, 로메인 상추 4장, 양파 2분의 1개, 피자치즈 3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베이컨 6장, 올리브오일 1큰술, 올리고당 1큰술, 소금·후추 약간

만드는 법=①베이컨·양파·표고버섯을 1㎝ 두께로 자른다. ②팽이버섯은 모양을 살려 다듬고, 로메인 상추를 얼음물에 담가 둔다. ③토마토는 꼭지와 속을 제거하고 얇게 저민다. ④달궈진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베이컨·양파·팽이버섯·다진 마늘을 넣어 볶다가 소금·후추 밑간을 하고 피자치즈를 넣어 살짝 버무린다. ⑤고추장·올리고당을 잘 섞어 고추장 소스를 만든다. ⑥토르티아에 고추장 소스를 바른 뒤 로메인 상추와 토마토, 볶아놓은 베이컨·버섯을 넣고 말아준다.

● 서양음식인 토르티아 랩 샌드위치를 개운한 맛으로 즐기기 위해 고추장을 사용했다. 서양식 소스를 만들려면 허브 등 쉽게 구하기 힘든 재료를 써야 한다는 것도 고추장을 선택한 이유다. 버섯도 고추장도 잘 어울리는 재료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버섯을 먹기 싫어하지만, 랩 샌드위치 형태로 싸서 주면 보이지 않아 곧잘 먹는다.

궁보계정

재료=고추장 3큰술, 닭고기 300g, 볶은 땅콩 50g, 달걀 흰자 2분의 1개, 피마 1개, 대파 1대, 건고추 2개, 통마늘 2개, 녹말가루 1큰술, 맛술 2분의 1큰술, 올리고당 2큰술, 포도씨유 적당량, 참기름·통후추·소금 약간씩

만드는 법=①닭고기를 정사각형 모양으로 큼직하게 썰어 소금·후추로 밑간을 한 뒤 달걀흰자·녹말가루를 넣고 골고루 섞는다. ②120도의 포도씨유에 닭고기를 튀긴다. ③피망·대파·건고추를 닭고기와 비슷한 크기로 썰고, 땅콩은 껍질을 벗겨 둔다. ④통마늘은 얇게 자른다. ⑤맛술과 고추장·올리고당을 잘 섞어 고추장 양념을 만든다. ⑥달궈진 팬에 기름을 두르고 마늘·건고추를 살짝 볶아 향을 낸 뒤, 튀겨놓은 닭고기와 땅콩·피망·대파를 넣고 볶는다. ⑦야채가 어느 정도 익으면 고추장 양념을 넣고 잘 섞은 뒤,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넣고 접시에 담는다.

● 닭고기는 가슴살을 사용하는 게 좋다. 튀김온도가 높지 않아야 촉촉하게 튀겨진다. 집에서 튀김요리를 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구워도 된다. 구울 때는 녹말가루를 입히지 말고, 소금·후추 밑간만 한다.

서양식 덮밥

재료=고추장 8큰술, 토마토 홀(껍질 벗긴 토마토) 1개, 가지 2분의 1개, 호박 2분의 1개, 양파 2분의 1개, 펜네 2컵, 양송이 버섯 8개, 아스파라거스 16개, 마늘 20개, 파마산 치즈·모차렐라 치즈 각 2큰술씩, 밥 4공기, 올리브유 2큰술, 통후추·소금 약간

만드는 법=①끓는 소금물에 펜네를 넣고 약 8분간 삶는다. ②가지·호박·적양파·양송이 버섯을 모양대로 얇게 썬다. ③아스파라거스는 껍질을 벗겨 한입 크기로 자르고, 토마토는 큼직큼직하게 자른다. ④팬에 올리브유를 두른 뒤 얇게 썬 마늘을 볶아 향을 내고, 여기에 가지·호박·적양파·양송이 버섯을 볶고 소금·후추 간을 한다. ⑤④에 펜네·토마토·고추장·모차렐라 치즈를 넣고 볶아 덮밥소스를 만든다. ⑥접시에 밥과 덮밥소스를 담고 파마산 치즈를 뿌려 낸다.

● 토마토도 고추장과 궁합이 잘 맞는 재료다. 새콤한 맛이 고추장과 잘 어울리는 데다, 색이 빨간색이어서 어린이용으로 고추장을 적게 써도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토마토 홀은 통조림 제품을 사서 써도 되고, 직접 만들어도 된다. 완숙 토마토를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뒤 껍질을 벗겨 사용한다.

순창서 고추장 맛 본 이성계가
궁중 진상하게 했다는 설도

고추장은 우리 민족 고유의 독창적인 향신 조미료다. 고추가 전래되기 전에는 산초(山椒)나 호초(胡椒·후추) 등을 이용, 매운맛을 내는 ‘초장(椒醬)’을 만들어 먹었으나, 고추가 들어오면서 고추장이 매운 장의 대표로 자리 잡게 된다.

언제 우리나라에서 고추를 먹기 시작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1614년 실학자 이수광이 쓴 『지봉유설』을 보면, 고추는 일본에서 온 겨자라는 뜻에서 ‘왜겨자(倭芥子)’라 불리었다는 설명이 나온다. 또 쓰네야 세이후쿠(恒屋盛復)의 『조선개화사』에는 임진왜란 때 일본 사람들이 우리 민족을 독살하기 위해 고추를 가져왔으나 우리 민족의 체질에 맞아 즐겨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들 문헌에 따르면, 임진왜란 무렵 고추가 들어왔을 가능성이 크다. 고추 도입 초기엔 고추를 통째로 술안주용으로 먹거나 고추씨를 분리해 활용했다. 그러다가 17세기 후반부터 고추를 가루로 내 후추·산초 대신 사용, 장으로 담가 먹었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 고추장은 고춧가루와 메줏가루, 쌀가루·찹쌀가루 등 곡물가루와 소금 등을 섞은 뒤 발효시켜 만든다. 매운맛과 짠맛·단맛 등이 조화를 이뤄 활용도가 높다.

고려 말∼조선 초 이미 고추장이 존재했다는 설도 있다. 고추장으로 유명한 지역, 전북 순창에 있는 절 ‘만일사(萬日寺)’ 비석에는 순창고추장의 유래로 짐작되는 내용이 있다. 만일사는 조선 태조 이성계가 왕이 되기 위해 무학대사의 말을 듣고 1만 일 동안 불공을 드린 곳이라고 한다. 이곳의 비석에 적힌 글을 통해 이성계가 무학대사를 만나기 위해 만일사를 찾아가던 중 인근 농가에 들러 고추장을 곁들인 점심을 맛있게 먹었고, 환궁한 뒤에도 그 맛을 잊지 못해 진상하도록 했다는 설이 나왔다.

자료=대상㈜ 청정원

기본요리
고추장 황금비율 
초무침(초고추장·비빔국수·골뱅이무침 등)
고추장1 : 설탕1 : 식초1
떡볶이
고추장3 : 고춧가루1 : 쌀엿3
(쌀엿 대신 설탕을 쓸 경우 ‘설탕2+물엿1’로)
볶음류(제육볶음·해물볶음·닭볶음 등)
고추장3 : 올리고당2 : 간장1 : 고춧가루1

글=이지영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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