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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헬스 시대, 의료계 새로운 패러다임 열리나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U헬스시대 준비하는 병원들 ①강남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명지병원

지난 1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원격의료 허용에 관한 내용을 언급했다. 이 자리에서 진영 복지부 장관은 원격의료가 허용되지 않고 있어 산업적으로 문제가 있으며, 이 부분은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의지를 보였다. 사실 원격의료를 포함한 U헬스케어에 관한 법적인 문제점은 지난 2010년부터 있어왔지만 번번히 법 개정이 일단락 됐다. 하지만 이번 청와대 회의에서 다시 한번 원격의료 허용 문제가 수면 밖으로 나왔고, 법 개정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게 됐다. 법적인 문제가 풀리면 상급병원에서도 원격진료가 가능하게 돼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이 열린다. U헬스 시대를 대비해 열심히 시스템 개발과 시범사업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각 병원들의 사례를 모아봤다.

국내 최초 U헬스시스템 가동한 강남세브란스, 해외 환자 진료 500례 넘어

U헬스의 선두주자를 꼽으라면 강남세브란스병원을 빼 놓을 수 없다. 2003년경 강남세브란스병원 은 안철우 교수(내분비내과·현 국제진료소장)를 중심으로 U헬스케어에 대한 방향을 정했다.
당시 안 교수팀은 당뇨병 치료에 있어 가정에서의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가능케하는 U헬스 시스템을 생각해냈다. KT 등과 손을 잡고 당뇨폰 등을 개발해 시범사업으로 병원과 가정을 이어 당뇨병을 관리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에 대한 결과를 미국당뇨병학회지에도 발표했다. 안철우 교수는 “당시 미국 등 선진국에서 상당히 놀라는 눈치였다. 한국의 IT 기술이 이렇게 발달돼 있는 줄 몰랐다고 말하는 해외 의사들도 많았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도 굉장히 빠른 축에 속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후 일반인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질환에 대해 U헬스케어, 원격진료가 가능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려 했지만 법적인 장애물이 컸다. 1~2차 의료기관들에서 반대가 심했다. 안그래도 3차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다 뺏어가는데 3차기관이 U헬스 서비스까지 시행하면 1·2차 의료기관은 살아남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결국 U헬스, 원격진료에 대한 법 개정이 무산됐다. 단, 내국인이 아닌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원격진료는 허용됐다.
때문에 강남세브란스병원은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블라디보스톡, 카자흐스탄을 비롯해 애틀란타, 베트남 등지에 원격진료센터를 세우고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직접 상담을 시도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 원격진료로 진료를 받던 외국인 환자가 수술을 받기 위해 강남세브란스병원을 찾아 의료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2013년 현재 U헬스케어 누적 진료는 500례를 넘어섰다. 국내 최다 진료 성적이다. 지난 2월달에는 블라디보스톡 한국관광공사 지소에 설치된 U헬스케어 센터에 강남세브란스의 500번째 진료 환자가 찾아와 진료를 받았고, 현지 초음파 영상기록과 진료 기록 등을 산부인과 이병석 교수가 직접 화상진료로 살펴본 결과, 자궁에 수술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돼 한국으로 직접 찾아와 수술을 받기로 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해외 환자 U헬스케어 시스템 설치로 인한 파급효과는 엄청나다고 밝혔다. 안철우 교수는 “U헬스케어 시스템 가동 후 해외 환자 유입이 300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물론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원격진료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단 원격진료로 인해 해외 환자들에게 친숙함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 안 교수는 “해외 의사가 직접 병에 대해 상담해주고, 진료 일정을 조율하니 당연히 연고가 없고, 예약하기 어려운 다른 병원보다 우리 병원을 많이 찾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블라디보스톡에 U헬스센터 개소 후 한국으로 유입되는 의료관광객 수도 크게 늘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0년 1474건에서 2011년 3644건, 2012년 7469건으로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6명 중 1명이 의료를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관광공사 김세만 의료관광사업단장은 “U헬스케어 시스템은 환자와 의료진 및 에이전시 관계자들에게 한국 의료의 우수성을 확인시켜주는 통로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남세브란스는 앞으로도 U헬스케어시스템을 더 강화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 교수는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의 경우 인도 같은 국가를 대상으로 원격진료를 활발히 시행하고 있다. 진료 한 건에 700달러에 상당한 수가를 받는다”며 “현재 우리는 수가를 받을 수는 없지만, 향후 의료법이 개정되면 해외 환자를 대상으로 외화 유치도 하고 한국의 발전된 의료기술도 널리 알려 국가 위상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원격의료 시스템 수출, 임상 효과 증명해 나갈 것

서울성모병원 또한 해외로 눈을 돌린 병원이다. 서울성모병원은 최근 중국에 ‘원격의료 시스템’을 수출했다. 인터넷을 활용한 정보기술 기반으로 의료팀(의사-간호사-영양사 등)과 환자 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환자가 매일 병원에 오지 않더라도 스스로 당 체크를 해 정보를 입력하면 의료팀이 운동-식이 등 다양한 처방을 내린다. 성모병원 교수팀은 이 같은 원격의료를 활용해 혈당을 관리한 환자가 외래만 방문한 환자보다 건강 상태가 더 좋다는 임상 연구 결과를 지난 2000년부터 꾸준히 발표해왔다.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조재형 교수는 “인터넷뿐 아니라 핸드폰을 활용해서, 또 당 수치 뿐 아니라 간 수치와 심전도 검사도 할수 있다는 의미”라며 “1년 이상 시간을 투자해 성사된 중국 수출은 직접적 이윤을 얻기 위한 게 아니고 원격의료에 대한 임상연구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은 유헬스 시스템을 개발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13년간 각종 연구과제 등을 바탕으로 1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2005년 본격적으로 출범한 서울성모병원유헬스케어사업단에는 현재 교수와 간호사 각각 4명, 영양사 2명이 상주한다. 그 동안 국내에서 유헬스와 관련한 다양한 사업을 펼쳤는데 인식 부족과 법적 제약으로 활성화되진 못했다. 환자들은 상담료로 한 달에 몇 만원에서 몇 십만원의 관리 비용을 부담스러워했다. 현행법상 전자처방전 발행이나 전화 처방도 불가하다. 2억원의 개발비용을 들여 임신성당뇨 관리시스템을 만들었는데 환자들에게 한달 기준 30만원의 비용은 부담스러웠다. 일반당뇨환자시스템도 만들었지만 국내에서는 법적 제약에 걸려 무용지물이다. 다만 병원에서는 200명 정도의 당뇨환자를 대상으로 비용을 받지 않고 꾸준히 유헬스시스템을 시행해나가고 있다.

조재형 교수는 “당초 헬스케어 시장이 만들어졌을 때는 통신시스템과 의료기기 활성화 등을 바탕으로 장밋빛 미래가 전망돼 정부에서 밀어주고 삼성과 SK 같은 기업에서 투자를 했다”며 ”그러나 원격의료는 엄청난 데이터 양을 책임지고 관리를 해줘야 하는데 이 비용이 엄청나다. 환자도 정부도 비용을 부담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원격의료가 효과는 좋지만 경제적 이익은 십 년, 이십 년 후에나 나타나는 부분이다. 그런데도 장기적으로 보려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병원이 해외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조 교수는 “각종 의료기기와 시스템을 연동시켜 환자 상태를 빨리 파악하고, 데이터를 신속히 분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임상 효과를 증명해나갈 계획”이라며 “더 좋은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앞으로도 연구와 투자는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명지병원, 러시아에 ‘명지 국제 검진센터’ 세워...한국서 원격진료

▲ 명지병원 본원 의료진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검진센터 환자의 상태를 화상으로 진단하고 있다. 명지병원 제공

명지병원도 U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높다. 명지병원은 지난해부터 원격진료시스템을 구축하고 병원 간 이를 시행하는 본격적인 물꼬를 텄다. 명지병원과 제천 명지병원, 청풍호노인사랑병원, 인천사랑병원 등을 잇는 실시간 원격 화상진료시스템이 개통됐고 러시아 블라디소토크에 U-헬스케어센터를 열어 러시아 환자와 본원 의사간 원격 진료를 시작했다. 매달 약 100여명의 환자가 이용하는데 이중 3분의 1은 러시아 환자다.

명지병원의 원격진료는 화상진료시스템이다. 화상으로 미리 촬영한 파일과 검사데이터를 보내고 화면에 띄운 후 본원교수와 현지 의사, 환자가 함께 진료를 한다.
러시아에는 한러합작으로 세워진 ‘명지국제검진센터’가 있다. 환자가 시간적, 공간적 제약 없이 수준 높은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원격진료시스템을 갖췄다. 고화질 영상통화 장치를 기본으로 각종 검사결과와 영상자료를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환자 증상에 따라 여러 명의 의사가 한자리에 모여, 한명의 환자를 동시에 진료한다. 러시아 통신인프라가 열악한 사정을 감안해 국내와 유사한 속도의 통신 환경을 구현할 수 있는 첨단 인프라를 구축해놓기도 했다.

병원 관계자는 “러시아 환자가 한국을 오기 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논의하고, 국내에서 치료가 가능한지 판단하는 사전 진료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명지병원 내에는 원격의료를 총괄하는 ‘IT연구소’가 있다. 이미 각 병원내에 진단 장치가 있는만큼 새로운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것보다 기존 진단장비를 어떻게 연결하는게 효율적인지를 연구하는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병원 관계자는 “연구소에는 1명의 의사와 2명의 IT전문가가 상준한다”며 “연구소를 바탕으로 원격진료 인프라를 더 발진시키고 갖춰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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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영 , 이민영 기자 jybae@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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