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향취」연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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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파리=장덕상특파원】정상화 화백이 도불1년만에「파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미술학교가 즐비한 거리의「카미용」화랑에서 맨 처음 선을 보인 그의 작품은 14점. 피 적인 것을 말끔히 털어 버리고 내면적인 깊이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 정화백 자신의 해설이다.
63년「파리」에서 열린 한국청년작가「그룹」전67년에「상파울루·비에날레」에 작품을 낸바있는 그는「세계의 흐름」속에서 수업하기 위해「파리」에 장기체류 할 예정이다.
그의 작품은 유화물감을 쓰고 있음에도「붓을 대지 않는 화가」로 통한다.「파레트·나이프」나 기타 예리한 기구를 써서 화폭을 바르면 서열을 가해 묘한 변화를 가져오게 했다. 빨강·노랑·주황·파랑·보라 등 다채로운 빛깔인데도 허물어진 벽과도 같고 혹은 풍우에 시달린 바윗돌이나 녹이 슬어 덩이진 고철.
이곳 화려한「파리」의 거리에선 확실히 전난을 겪은 고국의 상처와 흙 냄새 풍기는 동양의 향취 같은걸 연상케 한다. 이번 개인전은 7일 막을 닫는데 정화백은 내년 봄 대작으로 이국의 화단에 도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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