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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즈」번역|김종건 교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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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번역 작품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연구작품으로 내놓고 싶었읍니다.』
8년만에 「제임즈·조이스」의 심리소설 「율리시즈」를 번역해낸 수도여사대 영문과 주임교수 김종건씨는 이제 다시는 번역에 달라붙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탈진한 표정을 짓는다.
1922년 「조이스」가 8년만에 「율리시즈」를 탈고. 이웃「프랑스」에서 1천 권을 찍어내자마자 외설시비가 불붙었다.
미국에선 이 소설이 모두 불살라졌고 영국에선 세관에서 압수 당했다.
외설여부를 법적으로 판가름해준 것은 「뉴요크」 지방법원. 1933년 12월6일의 판결문에서 「울지」 판사는 「율리시즈」를 『새로운 문학 그 「장르」를 형성한 성실하고 심각한 시도』라고 판시하고 10여 년 간의 판금조처를 풀어주었다.
아뭏든 「셰익스피어」이래 최고의 언어 마술사이며 qun(말재주) 에 있어서는 오히려 그를 능가했다는 「조이스」 가 한 작품에 동일된 어휘로써는 최고기록인 2만9천8백99어를 구사한「율리시즈」 는 「테크닉」 이나 내용이 다채롭기 그지없다.
김 교수가 「율리시즈」 에 눈을 둔 것이 서울대 영문과 대학원에서 평생을 두고 「조이스」를 연구한「조지· 레이너」교수에게서 강의 받을 때부터이다.
25세부터 8년간의 젊음이 모두 「율리시즈」 의 연구와 번역에 바쳐진 셈이다.
외아들인 그는 시골에 계신 부모님의 성화같은 결혼독촉도 「율리시즈」 번역 때문에 미루어 왔다했다.
초고를 마련한 2년 전에야 결혼을 했고 부인 덕분에 최종원고를 정서하는 수고를 덜었다고 웃음을 터뜨린다.
『다른 영문소설은 그런 대로 대개 바로 번역할 수 있겠지만 「율리시즈」 의 경우는 몇 년 공부하고 완전히 이해한 뒤가 아니면 번역 할 수 없는 작품이더군요. 』
6천5백장의 원고를 마련키 위해 그 동안 그는 60여권의 책을 읽어야했고 불·독·「라틴」·「스페인」어는 10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 「조이스」 의 말솜씨 때문에 40여권의 「노트」를 쓴 끝에 4천 개의 주석을 달아야했다.
「율리시즈」 의 주인공 「블룸」 은 「에이레」 의 수도 「더블린」 한 광고외무원. 그의 하룻 동안의 몇 갈래 「의식의 흐름」을 쫓는 이 소설이 성의 충동을 간접으로 나타낸 호색문학에는 틀림없다. 그러나「율리시즈」는 호색문학에서보다는『모든 소설을 종식시킨 소설』 이라는 점에서 더욱 평가된다.
『변역자는 배반자』 라는 말을 듣지 않으면 다행으로 삼겠다는 그는 시간나는 대로 집주판을 만들 예정임을 밝히면서 기회가 닿는 대로 「조이스」 의 생가를 찾기 위해「에이레」 를 방문하겠다고 말한다. 『나의 작품에 평생을 바치라』 는 말을 남긴「조이스」 의 이기적인 자만대로 그는 이미 젊은을「율리시즈」 에 살라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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