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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배영수, 삼진 욕심 버리니 7연승 오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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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삼성 배영수는 예전처럼 빠른 공을 던지지 못하지만 머리로 이기는 법, 동료와 함께 이기는 법을 깨달아 올 시즌 다승 1위를 달리고 있다. 배영수가 지난달 21일 대구 롯데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대구=임현동 기자]

배영수(31·삼성)는 자신의 야구 인생을 9회로 나눴다. “1~3회는 거침없이 던졌고, 4~5회에는 던지는 게 두려웠다. 지금? 막 6회를 시작했는데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2004년 10월 25일 배영수는 대구에서 열린 현대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10이닝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다. 경기가 12회(0-0 무승부)에 끝나 비공식 기록으로 남은 그날의 역투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정작 배영수는 “그때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지금 던지는 6회에 몰두해 있다. 초구는 제구가 되지 않았다. 올 시즌 개막전인 3월 30일 대구 두산전에서 만루홈런 두 방을 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하지만 이후 7연승을 달리며 다승 단독선두에 올랐다. 더 이상 불같은 강속구를 던지지 못하지만 그는 이기는 법을 깨달았다.

 2000년 입단한 배영수는 2004년 17승을 거두며 다승왕과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시속 150㎞ 이상의 빠른 공을 쉽게 뿌렸다. 2006년까지 통산 68승을 기록한 그의 야구 인생은 탄탄대로였다.

 2007년 오른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스피드가 뚝 떨어졌다. 2008년 복귀해 9승(8패), 2009년 1승(12패)에 그쳤다. 그는 “전력을 다해 던졌는데 시속 128㎞가 나왔다. 야구가 싫어서 이민 갈 생각도 했다”고 곱씹었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는 두려운 4~5회였다. 배영수는 “나오지도 않는 스피드에 집착했다. 2001년 겨울 김성근 감독님(당시 LG)을 만난 적이 있다. ‘나빠지면서 좋아진다’고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고 했다.

 김 감독은 “몸에는 한계가 있어도, 머리에는 한계가 없다”는 말도 해 줬다. 그 한마디가 배영수를 바꿨다. 그는 “150㎞의 공을 9회까지 던지는 선발 투수가 있는가. 구종을 늘리고 직구의 강약도 조절했다. 조금씩 답이 보였다”고 말했다. 배영수는 2012년 일본 돗토리 재활 트레이닝센터에서 야마모토 마사(48·주니치)를 만났다. 아직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야마모토는 “네게 맞는 동작을 찾아서 공에 힘을 실어라. 그 방법을 찾으면 200승도 달성할 수 있다”며 격려했다.

 배영수는 힘을 빼고 이기는 법을 깨달았다. 그리고 함께 이기는 재미도 느끼고 있다. 요즘 그는 마운드에서 박수를 자주 보낸다. 호수비가 나올 때는 물론 동료가 실책을 범해도 “괜찮아”라며 웃는다. 배영수는 “야수의 도움 없이 승리할 수 없다. 예전엔 삼진 잡을 생각을 했지만 이젠 야구는 함께하는 종목이란 걸 깨닫고 있다”고 했다.

 굴곡진 야구 인생을 살고 있는 배영수는 “옛날 얘기를 많이 했지만 나는 아직 30대 초반이다. 배울 게 많은 나이”라며 웃었다. 한국 최다승 투수 송진우(47·210승)는 32세이던 1998년부터 2009년까지 104승을 거뒀다. 통산 109승을 기록 중인 배영수는 송진우보다 결코 늦지 않다.

 ◆김태완 시즌 첫 홈런

한화는 28일 잠실경기에서 3-3이던 8회 김태완의 시즌 첫 홈런에 힘입어 LG를 4-3으로 꺾었다. 부산에서는 롯데가 박준서의 2타점 결승타를 앞세워 두산을 8-3으로 이겼다. 넥센-NC전(창원), 삼성-SK전(인천)은 비로 연기됐다.

글=하남직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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