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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해외매출 1조 '신인류' 3인방이 앞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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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왼쪽부터 중국 징베이 팀장, 베트남 응우옌 반훙 팀장, 일본 다키모토 루리 사원.

오리온이 해외에서 현지인을 활용한 글로벌 시장 공략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오리온은 국내 식품업계 중 처음으로 지난해 말 중국 시장에서만 매출 1조원을 넘겼다. 오리온이 해외 시장 개척에서 성과를 거둔 것은 글로벌 기업을 선호하는 현지 ‘신인류’들의 활약이 큰 힘이 됐다는 분석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과 한류 열풍으로 우리나라 업체도 미국이나 일본 기업 못지않은 ‘세련된 선진 기업’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국내 업체로 취업을 선택한 현지의 고급 인력이 현지 시장을 공략하는 첨병 역할을 하는 선순환이 이어진다.

 오리온 강원기 사장은 28일 “해외에서는 철저하게 현지 인력을 채용하는데 이들은 그 나라 사람이 아니면 생각할 수 없는 아이디어와 영업 전략을 내놔 해외시장 성공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을 채용할 때 학력이나 성별·지역 등을 가리지 않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또 선발한 직원에게는 과감하게 투자하고, 파격적으로 업무에 대한 모든 권한을 준다.

 중국에서 오리온 초코파이의 성공도 현지에서 채용한 징베이(靜北·35) 팀장의 역할이 컸다. 2005년 오리온에 입사한 징 팀장은 “초코파이 포장지에 정(情) 대신 인(仁)을 넣자”고 제안한 장본인이다. 중국에서는 남녀 간의 애정을 의미하는 정보다 중국인들이 가장 중시 여기는 가치인 인이 더 어울린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또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판다를 캐릭터로 내세운 ‘판다파이푸’ 파이를 출시해 매출이 연평균 40%씩 늘어나는 효자 상품으로 키우기도 했다. 징 팀장은 “오리온은 중국뿐 아니라 베트남·러시아·일본 등 세계로 뻗어 가고 있어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글로벌 기업”이라며 “회사의 성장에 내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오리온의 베트남 하노이 지역 영업책임자인 응우옌 반훙(Nguyen Van Hung·36) 팀장도 끈끈한 유대 관계를 중시하는 베트남의 국민성을 파고들며 시장 확대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경쟁 업체가 거래처에서 단순히 주문만 받는 것과 달리 점주들에게 상품 진열 요령을 알려주고 청소까지 돕는 ‘밀착 경영’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베트남 법인은 응우옌 팀장의 활약으로 최근 연평균 매출이 45%씩 성장할 정도로 급성장 중이다. 특히 초코파이는 2010년 현지 회사인 낀도사 제품을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응우옌 팀장은 “베트남에서 초코파이는 신뢰의 상징이 됐다”며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진출했지만 정으로 뭉친 오리온의 제품력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지사 사원인 다키모토 루리(瀧本 留理·26)는 오리온의 ‘마켓오 브라우니’를 너무 좋아해 회사를 직접 찾아와 면접을 자청한 경우다. 그는 일본 제품들 속에서 오리온 제품이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귀여운 디자인의 제작물을 매대에 붙이는 등 일본인 특유의 세심함을 파고드는 마케팅을 창안해 큰 성과를 냈다. 오리온 일본 지사는 다키모토처럼 상품에 대한 관심은 물론 애사심이 강한 열정형 인재를 많이 채용하고 있다. 다키모토는 “일본 여성들 사이에 브라우니 열풍을 보며 입사를 결심했다”며 “여심을 자극하는 마켓오만의 세련된 패키지 등이 호응을 얻고 있어 일하는 게 재밌다”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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