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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발전소에서 현대미술의 실험정신을 만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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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한국에서 현대미술이 태동한 도시로 통한다. 1973년 대구백화점에서 국내 최초로 ‘한국 현대작가 초대전’이 열렸고 이듬해 계명대에서 ‘제1회 대구현대미술제’가 개최됐다. 주요 일간지가 이 ‘사건’을 대서특필했다. 서울은 야단이 났다. 대구에서 먼저 현대미술 행사를 치고 나온 것이다. ‘서울현대미술제’는 75년에야 열렸고 76년에는 부산·광주 등지로 퍼져나갔다.

당시 현대미술 운동을 주도한 인물은 대구가 고향인 이강소였다. 현재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른 이우환도 활동했다. 더 거슬러올라가면 이인성·이쾌대도 일찌기 서양미술을 받아들인 대구가 낳은 근대 화단의 거장이다. 미술을 주제로 대구를 답사할 수도 있다.

시내 한복판 중구 수창동에는 대구예술발전소가 있다. 대구시가 KT&G(담배인삼공사) 연초제조창이 쓰던 별관창고를 기부받아 리모델링해 지난해 개관한 예술가의 실험 공간이다. 1909년에 세워진 건물이다. 지난해는 여기서 사진비엔날레가 열렸고 최근에는 실험적인 프로젝트 ‘수창동에서’가 첫 발전을 마쳤다.

5층 건물 중 4∼5층은 스튜디오와 게스트룸이다. 행사가 열리면 작가가 창작하고 시민은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공간이다. 2층에는 커피 한 잔에 예술 서적(2000여 권)을 뒤적이며 토론할 수 있는 ‘만권당’이 있다. 고려 충선왕이 원나라 연경에 세운 독서당의 이름을 딴 일종의 북카페다. 대구예술발전소 김은영 큐레이터는 “미술관과 달리 현대미술의 실험정신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며 “게스트룸에서는 외국 작가도 만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1년 문을 연 수성구 삼덕동 대구미술관은 꿈이 야무지다. 대구미술관 문현주 홍보팀장은 “지역 미술관이 아닌 서울·부산 등 외지인에 외국인까지 끌어들이는 세계적인 미술관이 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7월 16일 시작되는 ‘현대미술의 여왕’ 구사마 야요이(草間彌生)전이 대표적이다. 세계 정상급인 구사마의 작품 100여 점이 국내에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중국의 유명 작가도 섭외 중이다. 이우환의 작품도 소장돼 있다.

대구시는 달서구 두류수경지에 ‘이우환과 그의 친구들’이란 미술관 건립도 추진 중이다. 이우환과 세계 정상급 작가 30여 명의 작품을 한데 모아 일본의 니오시마(直島) 같은 세계적인 명소를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다.

 화랑이 밀집한 거리도 있다. 중구 봉산동 문화의 거리다. 갤러리만 20여 곳에 화방·표구사 등을 포함하면 50여 곳이나 된다. 이 거리의 30년 산 증인인 동원화랑 손동환 대표는 “규모로는 서울 인사동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며 “미술관에서 관람한 뒤 여기서 작품을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작품을 본 일본인이 작가를 초대해 일본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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