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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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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진해운·한화·SK·대우 등 대기업 전·현직 임원 7명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와 쿡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실체 없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공동 취재한 인터넷 언론매체 뉴스타파는 27일 홈페이지를 통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이들을 추적하는 이른바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한국인 2차 명단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인사는 최은영(51) 한진해운 회장과 조용민(54) 전 한진해운홀딩스 대표 ▶황용득(59) 한화역사 사장 ▶조민호(69) 전 SK케미칼 부회장과 부인 김영혜씨 ▶이덕규(62) 전 대우인터내셔널 이사 ▶유춘식(69) 전 대우자동차 폴란드상용차 사장 등 7명이다. 앞서 지난 22일엔 “한국인 245명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며 이수영 OCI 회장 부부,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의 부인 이영학씨, 조욱래 DSDL(옛 동성개발) 회장 부자 등 5명을 1차로 공개했었다.

 이에 따르면 한진해운 최 회장과 조 전 대표는 2008년 10월 버진아일랜드에 ‘와이드게이트그룹’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주식 5만 주를 발행했다. 이 중 최 회장이 90%인 4만5000주를 보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황 사장은 한화 일본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1996년 2월 쿡아일랜드에 ‘파이브스타 아쿠 트러스트’를 설립했다. 그는 같은 해 3월과 이듬해 8월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에 있는 아파트 두 채를 사들였고 2002년 6월 한화재팬에 매각해 235만 달러의 수익을 챙겼다. 조민호 전 부회장과 그의 아내는 96년 1월 버진아일랜드에 ‘크로스브룩 인코퍼레이션’을 만들었다. 이 전 이사는 버진아일랜드에 ‘콘투어 퍼시픽’(2005년 7월)을 설립해 단독 등기이사 겸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서류상 발행 총주식은 1주로 전해졌다. 유 전 사장은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선웨이브 매니지먼트’(2007년 4월) 주주 8명 중 한 명으로 등재됐다.

 해당 기업들은 “회사와 관련 없는 일”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한진해운 측은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필요해 5만 달러 규모로 서류상 회사를 설립했으나 특별한 필요성이 없어 2011년 11월 폐쇄했다”고 밝혔다. 다만 개인적인 필요성이 무엇이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조민호 전 부회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해외 출장 때 현지 직원에게 달러로 금일봉을 주고 여비를 조달하기 위해 계좌를 개설했다”고 시인했다. 대우계열사의 전직 사장 A씨는 “이 전 본부장의 경우 군납 업무를 주로 했는데 특수 비즈니스상 (페이퍼컴퍼니가) 필요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 측은 하와이 아파트에 대해 ‘부동산 투자 및 바이어 접대, 임직원 복리후생용’이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당시 해외 부동산 취득조건이 엄격해 현지 업자의 조언으로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부동산 매각 수익이 235만 달러라는 보도에 대해선 “이는 세금·수수료 등을 뺀 매각대금으로 실제 수익금은 40만 달러 남짓”이라고 덧붙였다.

 30일 3차 발표를 포함해 다음 주 중 10여 명의 명단이 추가 발표될 예정이다. 자료를 계속 분석하면서 당초 예고한 245명 이외에 명단이 추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는 “당초 정치인도 포함될 예정이었으나 확인작업이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민경원·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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