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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첫 당선무효 판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 3일 대법원특별부는 충남 제6지역구인 서천·보령지구 출신 공화당국회의원 이원장씨의 당선무효를 선고했다. 이것은 6·8총선 이후 만1년만에 있은 선소 두번째의 선고인 동시에 처음으로 당낙의 전복을 선고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무더기표는 헌법과 선거법의 기본원칙을 짓밟고 투표를 가장한 위법행위라고 판시했던 것인데 이것은 망언한 헌법원칙을 선언한 것이나, 이처럼 상식적인 법 양식 도 잘 통하지 않고 있는 우리의 정치현실에 비추어 이와 같은 판결을 내린 대법원의 양식과 용기는 마땅히 높이 평문 받을 만 한 일이다.
그런데 대법원에 계류 중에 있는 선거소송은 이번 판결로써 총2백68건 중 선고 2건, 소취하 2백3건,소상각하 5건 등을 제외하고 아직도 58건이 미제로 남아있게 되었다. 이 58건의 소송진행이, 현재 어느 정도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현재의 진행속도로 봐서는 아직도 오랜 시일 이 걸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난 6대 국회의원 선거 소송시에도 2년여를 끌다가 결국 당선자의 사퇴로 소취하가 된 것을 상기해 볼 때 연내에 모든 선거소송이 완결을 보기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대법원은 선소이외에도 많은 상고심을 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대법원만사의 업무량이 과중한 것은 사실이다. 판사들은 거의 사생활을 돌볼 겨를도 없이 소송서류를 집에 가져가서까지 조사하고있는 실정에 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므로 이들에게 선소의 조속한 처리를 바라는 것은 어면 의미에서는 주마가편의 우를 범하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선소의 조속한 완결을 요망하고 있는 것은 선거소송의 특수한 성격 때문에 생겨난 당연한 요구일 것이다. 이번 당선 무효판결에 의하여 의원자격을 잃게된 이원장씨만 하더라도 사실상 그는 의원자격이 없으면서 1년간 선량으로서 행세한 것이니 이는 국민주권에 대한 모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도 몇 명의 국회의원 아닌 의원이 대법원의 판결에 의해 축출될지 모르나 이유여하를 불구하고 한 사람이라도 가짜국회의원이 존재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의 큰 수치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가짜국회의원을 추방하고 진정한 국민대표를 국회에 보내는 작업은 우리의 제도상 오직 대법원만이 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은 대법원의 빠른 선거소송처리를 갈구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내무부는 대법원의 선거소송 처리결과를 기다려서만 사퇴자의 보궐선거를 실시한 방침을 밝힌바 있는 만큼 그럴수록 대법원의 신속한 처리가 더욱 기대되는 형편에 있다. 선거법도 이러한 취지에서 선거소송을 다른 소송에 우선하여 재판하도록 규명하고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항간에는 대법원이 선거소송을 신중히 다룸으로써 남소와 정치적 영향에서 자신을 보호하기를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세평이 있는 것이다. 그 동안 소취하가 2백3건이나 있었다는 사실로도 이것은 정당한 신중성이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소송이 지연되는 경우. 국정전반에 국민의 의사의 정당한 반영을 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우리는 선소의 조속한 처리를 바란다. 이를 의하여 대법원은 대법원판사 수의 증원으로 일반상고심은 새 부로 돌리고, 특별부는 선거소송의 집중심리만 하는 방법을 강구해줄 것을 우리는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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