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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기 쇄신의 길 육군 자체 시안을 통해 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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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군은 올해 들어 두번 홍역을 치렀다. 1·21북괴무장공비남침은 「허술한 방어태세」를 5월의 잇단 사고는 「군기이완」을 노출시켜 군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 1·21후 군은 진지를 구축, 훈련·경계를 강화하는 등 전력 증강을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 때의 상처가 아물 무렵 잇달아 터진 사건이 「국방부 청사내 난행」「육사 출신 장교의 추행」「안동 수류탄 투척」등등… 당국은 달을 넘기지 않고 전격적으로 관련자를 군법회의에 회부, 중형을 때렸다.
특히 국방부 청사내 사건에 있어서는 『피해자가 일정한 주거도 없이 합숙소, 여인숙에서 자칭 약혼자라는 「아이스·케이크」행상과 동침해 온 여자』임이 군 자체 수사에서 밝혀졌으며 피의자들이 『여자의 양해를 얻어 신사적으로 대했다』고 법정에서 주장.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했어도 10년을 선고했다.
l·21의 공비 남침이 전력 증강의 계기가 되었던 것처럼 5월의「쓰디쓴」사건들은 이완된 군기를 바로잡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군 수뇌들은 다짐한다. 육군의 참모 장성들은 각기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군기를 바로잡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여기 육군의 「인간 관계 개선 위원회」와 일반 참모부에서 마련한 시안을 간추려 본다.

<인간 관계 개선위원회안>
◇선병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군은 간단한 적성 검사와 신체 진단을 했을 뿐 과학적인 선병을 하지 않았다. 적성 검사도 지능검사·기초 능력 검사일 뿐 자질에 맞는 선발·분류·배치가 되지 않았으며 정신 진단이 무시되어 심신장애자 등이 입영된 점을 시정, 적성 검사에도 성격 판별 진단 검사·정서 안정 검사 등 과학적인 종합적성 분류 검사를 강화하고 신체 진단 뿐 아니라 정신 진단을 위해 정신 의학의 임상 심리 전문의로 구성된 「정신 의학 검사조」를 훈련소와 사단에 두도록 한다.
각 사단에 정신 의학 검사반을 두어 심신장애자 등 문제 사병(군인의 7.7%)은 전담케 하고 사단장의 인사권을 강화, 이들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한다.

<신상 파악 철저히>
지휘관이 사병의 신상 문제를 파악토록 하는 입영전부터의 신상 관찰 기록제를 실시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형식적이고 수박 겉 핥기식의 신상 명세서 제도를 발전 개선, 관계 부처의 협조를 얻어 모든 장병의 입영전 신장 기록을 행정 관할서가 맡게 하여 입영 후에도 계속 활용 되도록 한다. 기금의 신상 파악 방법으로는 장병들의 사회 심리적 가정적 배경을 깊이 이해하기 어려우므로 인간 관계 위에서 능률적인 지휘 통솔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입영이전부터의 신상 기록 카드는 선진국의 제도에 따라 개인 권리나 비밀의 침해가 없도록 고도의 행정 기술로 발전시켜야 한다.
◇질이 나쁜 잡범들의 입대를 제한해야 한다.
-현재 병역법 23조는 3번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형을 받은 중형자들에 대해서는 입영을 제한하고 있으나 제한의 법적 한계를 재검토해야 한다. 범죄를 저지른 군인 대부분이 3년 이하의 누법·잡범들이며 육군교도소 수감자중 30% 이상이 입대전의 전과자들이다.
◇각 부대 지휘관 밑에 상담제도(카운셀러·시스팀)를 두어야 한다.
-현재 군목이 상담 역할을 하고 사병의 의견을 듣는 방법이 있으나 실제로 개인의 고민·가정 사정 등을 상의할 상담자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사병과 지휘관과의 대화를 마련하는 방편으로 영향력이 주어진 상담자를 지휘관 밑에 두어 인간적인 면담을 가능케 해야 한다.

<내무반 환경 밝게>
또한 상담제의 선용으로 계급 위주의 딱딱한 인간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군사고중 탈영이 으뜸을 차지한다. 가정 사정이나 개인 고민으로 휴가중 돌아오지 않는 일이 대부분이다.
따뜻하고 흐뭇한 인간 관계가 아쉽다.
◇내무 생활의 개선.
-막사 환경의 개선부터 생각해야 된다. 심리적 영향을 무시한 어둠침침한 막사내 채색은 시정되어야 한다. 밝고 명랑한 환경아래서 소대장 분대장은 기합과 권위주의 통솔 방침을 탈피, 부드러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인사참모부안>
◇통수권을 확립하는 동시에 지휘부에 대한 신망을 얻도록 해야 한다.
-비단 군내부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젊은층(신빙)이 기존세대(고참병·고급장교)를 불신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이런 점을 깊이 생각해서 부하들이 『내가 장군이 되면 저런 일은 없어야지』하고 혀를 차는 일이 없도록 처신, 자기에게 맡겨진 지휘권을 행사해야 한다.
하극상 사건 등이 생기면 간혹 위축되는 지휘관이 있다. 『나도 심하게 하면 당하지 않을까』이렇게 걱정하는 지휘관은 자연 소신을 잃게되며 강력한 지휘권을 행사할 수 없게된다.

<저의 없는 접촉을>
◇내무생활은 사회의 가정교육, 상급자는 지도·감화력으로 부하들에게 「명령 이행」을 습성화 시켜야 한다.
명령은 군의 명맥이다. 명령이 마음속에서부터 이행되도록 하기 위해 그것을 주고받는 상하 사이에 의사 소통이 평소 이뤄져야 한다. 또한 「유엔」 군사령관을 지낸「해밀튼·H·하우즈」대장은 재임중 이따금 소령대위 등 집에 부인 동반으로 초대되었다. 사령부에 근무하면서 그의 낯을 익힌 영관급 위관급 장교들은 제각기 동료 몇사람과 사령관을 함께 자기 숙소로 초대, 저녁을 같이했다.
생일이나 뜨는 무슨 날이어서가 아니었으며 별식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저 모여서 「칵테일」을 든 뒤 부인네들은 의자에 앉고 남자들은 카피트 위에 앉아 환담을 즐기며 종이접시에 받아든 음식을 먹고 헤어진다.
일과후 호랑이 하사관 이병의 잠자리를 찾아와 고향 가족 소식을 나누고 소령 대위가 「아무 저의 없이」상관을 자기 숙소로 초대 환담한다면 우리의 병영 생활은 훨씬 밝아질 수 있을 것이다.

<마음으로 따르게>
◇지휘관이나 상급자는 「행동을 통한」정신 교육에 힘써야 한다.
-재구 정신이 좋은 예지만 반드시 죽음의 행동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독일에서는 징병 기피자의 호적에 「불충성」이라고 기록 기업주들은 이들을 고용하기를 꺼려하며 전쟁 미망인들은 봉급을 타자 그 길로 세무서로 달려간단다.
군 지휘관들도 매사에 솔선 수범, 부하들이 마음으로부터 뒤따르도록 해야 한다.
정신 교육은 사회에서부터 실시, 민간 교육과 군내 교육이 연결돼야 한다.
「이스라엘」의 「가드나」 청소년 훈련은 국가와 민족의 중요성·희생정신·단결심·국가 원수에 대한 존엄성 등을 강조하기 때문에 이들은 입대전에 벌써 철저한 정신 교육은 받은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문교부와 국방부가 협조해서 방학 때나 과외 시간을 이용, 교내 또는 예비사단 등에서 이와 비슷한 교육을 실시하면 좋겠다. 그리고 거의 교육·훈련 목표에도「훌륭한 시민 양성」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사기 진작을 위해 ①일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②업적에 대한 인식을 소홀히 않고 ③군인의 사회적 지위를 인정해주고 ④경제적 보장, 감정적 보장을 해줘야 한다.

<사기는 곧 군기>
-사기는 즉 군기다. 1·21북괴 무장공비의 대거 남침이 있은 뒤 군은 최대한의 병력을 투입, 진지 구축·훈련·경계강화에 「휴식 없는」 강행군을 했다. 그러나 장병들의 정신적 육체적 흥분과 긴장이 포물선을 그리며 상승했다가 떨어질 때 군 지휘관들은 부하들을 위해 적절한 휴식을 마련할 줄 몰랐다.
안동으로 휴가간 구두닦이 출신의 신 하사는 애인한테 배반당했다고 생각, 끔찍한 사건을 저질렀다. 요즘 휴가 갔다가 아내가 도망가 어린애를 데리고 군문으로 돌아온 사병수는 60명에 달한다.
가난에 못 이겨 식모살이 하다가 유혹을 이기지 못해 그만 실수, 군인 나간 남편을 대할 낮이 없어지는 것이다.

<지연·인연 떠나야>
월급과 급식비 등을 당장 몇배로 인상할 수는 없겠지만 군 단위로 가난한 군인 가족 몇쯤은 도와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
군 내부에는 아직도 파벌 의식과 편견이 있다. 『○○출신 장교는 안돼』 『△△출신이 지?』하며 인연·지연을 찾는 지휘관은 없는지?
누구든지 능동적인 위치에서 일하고 싶은 법이다. 멸시받는다고 생각하면 사기가 떨어져 일하고 싶은 마음조차 안생긴다.
또 명령을 할 때 엄하게만 하지 말고 때로는『여봐 좋은 아이디어 없나? 날 좀 도와줘야겠어』라는 식으로 하면 어떨까?
그리고 지휘관은 부하의 업적을 알아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후방의 이해부터>
일선에서 휴가 출장 나오는 군인들은「버스」탈 때부터 불만이다. 시골길에서 손을 들어도 마냥 지나간다.
더욱 불쾌한 것은 차를 타도 신사숙녀들이 자리를 피할 때, 『목욕을 자주 못해 몸에서 냄새가 난다고 그럴까』 이럴 때 일등병은 슬프단다. 장병들은 후방 국민들이 자기들의 노고를 인정해 주어 『우리의 군 복무, 우리의 죽음이 가족과 민족과 국가를 위해 결코 헛된 것이 아니며 그 가치가 인정받고 있다』고 느낄 때 그들은 감정적 보상을 받는다.
◇장교 사병의 자질 향상에 힘써야 한다.
-보수 교육, 지휘관 훈화, 세미나, 정훈교 등을 통해 장병의 자질을 높여 참된 호국의 역군이 되게 한다. 훌륭한 병사란 적에게는 무척 두려운 존재이지만 국민에겐 양같이 온순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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