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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1등 네 번 당첨된 여성 나오자 시끌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24호 14면

조앤 긴서(위 사진)와 복권을 산 곳.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여자’. 미국 라스베이거스주에 살던 조앤 긴서(66)의 별명이다. 그는 네 번이나 복권 1등에 당첨됐다. 1993년 540만 달러를 시작으로 2006년 200만 달러, 2008년 300만 달러, 2010년 무려 1000만 달러를 타냈다. 처음 한 번은 로또였고, 뒤이은 세 번은 즉석복권이었다. 총 당첨액은 2100만 달러. 현재 환율로 약 236억원이다.

해외서도 툭하면 복권 조작설

수학자들에 따르면 복권 1등에 네 번 오를 확률은 18자분의 1이다. 1자(셉틸리언·septillion)는 10의 24제곱이다. 우주에 1자 개나 되는 별들이 있고, 지구의 모래알 전체 수는 1자로 추정된다고 한다.

긴서는 1등 복권 3장을 인구 3000명의 텍사스 시골마을 비숍의 주유소에서 샀다. 그 주유소는 단번에 미국 최고의 복권 명소가 됐다. 비숍은 긴서의 고향이다. 그는 인터뷰 요구를 거절한 채 바로 잠적했다. 그러나 언론의 끈질긴 추적 끝에 과거가 일부 드러났다. 긴서는 76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수학 박사 학위를 딴 뒤 캘리포니아의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수학을 가르쳤다. 그가 수학자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갖가지 추측이 잇따랐다. 그 가운데 하나가 조작설이다. 행운만으로 이 같은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하나가 복권을 만들고 배급하는 회사의 내부자로부터 1등 당첨 복권이 언제 어디로 가는지 정보를 알아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복권 판매상에게 해당 복권을 미리 빼돌리라고 부탁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간의 의혹에 대해 미국 텍사스복권위원회는 “어떤 조사도 진행한 바 없다”고 밝혔다.

더 설득력 있는 가능성은 긴서가 복권 당첨의 알고리즘을 발견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석복권은 컴퓨터 난수에 의해 만들어진다. 미국의 즉석복권은 은박지를 긁어내 당첨 여부를 확인하는 한국과 달리 숫자를 직접 고르는 방식이 많다. 수학적으로 복권의 난수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분석하면 당첨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복권의 난수 프로그램엔 결정적 한계가 있다. 당첨자 숫자를 조절하기 위해 컴퓨터가 제멋대로 난수를 생성하지 않도록 일정한 제약이 가해진다. 캐나다 석유회사에 고용된 수학자인 모한 슈리바스터버는 이 같은 즉석복권의 허점을 이용해 당첨 확률을 확 올린 방법을 인터넷에 공개하기도 했다.

수학자들은 탁구공으로 당첨 숫자를 결정하는 로또엔 수학적 분석이 소용없다고 말한다.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2006년 영국 브래드퍼 대학의 수학과 교수·조교 17명은 자신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이용해 530만 파운드(약 90억원)의 로또 당첨금을 받아갔다. 하지만 이들도 4년간의 실패 끝에 간신히 성공한 경우였다. 로또 당첨이 프로그램 때문인지, 아니면 운에 불과한 것인지 불분명하다.

『캉디드』의 저자인 18세기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가 통계 기법으로 로또에 당첨돼 큰돈을 번 일화가 있다. 볼테르의 사례를 살펴보면 당시 프랑스 정부의 어리석음 탓이 크다. 계산이 처음부터 잘못돼 로또가 다 팔려도 판매액이 전체 당첨금보다 적었다고 한다. 볼테르는 친구들과 함께 로또를 최대한 사들여 당첨 확률을 높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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