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송금 여론조사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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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대북 송금 사건에 대한 여론 흐름이 '철저한 진상 규명' 쪽으로 잡혔다.

중앙일보 여론조사팀의 5일 조사 결과 국민은 10명 중 7명꼴로 특검제 도입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아울러 "향후 남북관계의 발전과 국가이익을 위해 이 사건을 사법 심사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발언에는 10명 중 6명꼴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했다. 3명 중 2명은 '통치행위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이 같은 결과는 당장 정치권의 대북 송금 사건 해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6일 박희태 대표권한대행의 국회 대표연설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는 특검제 법안이 하루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협조하라"고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반면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고 있는 여권에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여권은 대북 송금이 통치권 차원에서 이뤄진 만큼 관계자들이 국회에서 비공개 증언을 하는 선에서 마무리되기를 희망해 왔다.

하지만 특검제 수용을 촉구하는 여론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여권으로선 이를 돌파할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인한 정치적 갈등상황이 장기화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사람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전에 처리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절반에 육박했다.

한나라당이 5일 제출한 특검법은 1차 수사기간이 90일이며, 미진할 경우 두차례에 걸쳐 최대 90일까지 수사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최악의 경우 출범 이후 6개월 간 과거 정부 실책 규명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법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 간의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검찰수사나 특검제를 통해 사법적으로 처리해야 한다'(51.6%)와 '여야가 합의해 정치적으로 처리해야 한다'(47%)를 나란히 대안으로 제시했을 때 팽팽한 대립을 보인 점도 국민의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 출범 이후 햇볕정책의 기조가 유지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햇볕정책의 중단을 요구한 사람은 10명 중 2명꼴에도 못미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10명 중 6명이 '수정 후 계속'에 손을 든 것은 햇볕정책 추진과정에서 투명성이 보장돼야만 계속적인 지지를 보내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독일 통일 이전 서독의 동독 지원 방식과 유사한 새로운 '투명성 모델'의 모색을 새 정부와 여야 정치권에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하경 기자 <ha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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