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살 도려내는 미모의 계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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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사계절 지나가는 꽃밭에 어떤 꽃이 피어 있는가.
그 꽃들 중 여왕은?
제각각 제 향기와 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꽃밭에선
모든 꽃이 다 여왕.

감기 걸려 내과 찾는 강남에선 곳곳마다 성형외과.
살 도려내고 뼈 깎고 지방 빼내
다른 꽃 되려는 사람들이 많다.
미모가 곧 돈이요 능력이 된 계절이란다.

대통령 당선자 이마의 굵은 주름살.
험한 세파 견딘 강인함으로 자연스레 생긴
그 주름살 펴주기를 국민들이 바란다는데
이미지의 계절, 경륜과 인격의 표상인 외모는
가차없이 난도질당해도 좋은가.
쭉쭉빵빵이 잘 팔리는 계절,
나도 그렇게 바뀌어 자본에 팔려나가야만 쓰겠는가.
지금 어렵게 얻어낸 여성, 여권(女權)의 신장은,
나 또한 꽃이었던 나의 존재는 그럼….

*지난 5일 밤 살빼기 수술을 받던 20대 여성이 사망했다. 날씬하고 갸름한 미녀에게만 매혹된 획일적.상업적 사회가 그녀를 죽인 것이다.

<ejo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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