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 비정규직 2500명 하반기부터 정규직 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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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비정규직 직원들에 대한 대기업들의 정규직 전환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GS그룹이 비정규직 25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면서 20대 그룹에서 올해 정규직 전환이 끝났거나 전환 약속을 받은 인원만 2만2000명에 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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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S는 23일 편의점인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의 비정규직 상품진열원과 계산원 2150명, 온라인 쇼핑 서비스를 제공업체인 GS샵의 콜센터 자회사 GS텔레서비스의 상담사 350명을 올해 하반기부터 정규직으로 순차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정규직 전환 대상자는 그룹 내 전체 비정규직 4900여 명의 절반을 웃도는 규모다. 정규직 전환이 완료되면 그룹 전체 임직원 중 비정규직 비율은 19.3%에서 9.5%로 낮아지게 된다. 이는 국내 기업체의 지난해 말 평균 비정규직 비율인 33.3%보다 낮은 수치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정년이 보장되고 건강검진과 경조사비 등 복리후생 혜택도 받게 된다. GS는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직무와 관련해 앞으로 신규 채용이 필요한 경우에도 정규직만 채용할 방침이다. GS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창조경제를 통한 지속성장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고 사회에 희망을 주는 기업이 돼야 한다’는 허창수 그룹 회장의 평소 소신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SK그룹은 지난달 30일 계열사의 전화 상담원 및 영업직원 43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데 이어 올해 말까지 5800명의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이 그룹 임직원 7만9000여 명 중 비정규직은 약 1만 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비정규직 비율이 현재의 12%대에서 4% 후반대로 내려간다. SK는 2015년까지 이 비율을 3%대로 낮출 계획이다. 한화그룹도 올해 1월 초 리조트나 호텔 등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2000여 명의 신분을 정규직으로 바꿨다. 이마트는 3월 매장에서 상품 진열이나 판매 등을 담당하던 비정규직 1만10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주요 대기업들의 잇따른 정규직 전환에 대해 재계에서는 박근혜정부와 보조를 맞추려는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허창수(65) GS회장의 경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겸하고 있다. 이에 따라 GS의 이번 조치는 새 정부의 ‘사회적 책임 이행’ 요구에 재계가 적극 화답한 모양새로 읽혀진다. 일부에서는 검찰·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 등의 압박과 경제민주화 입법 논의 등을 완화시키려는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재계는 이 같은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GS 측은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면 인건비 부담은 늘어나지만 직원들의 소속감이 높아지고, 동기 부여에 따라 생산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큰 틀에서 보면 얻는 것이 더 많다”라고 말했다. SK와 한화도 정규직 전환조치가 총수들의 법적 문제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대기업 근로자의 정규직화가 가속화하면서 통계수치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013년 3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573만2000명으로 지난해 3월 말보다 7만7000명(1.3%) 감소했다. 반면에 정규직 근로자는 1201만2000명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40만 명(3.4%)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근로자 중 비정규직의 비중도 1년 전보다 1%포인트 줄어든 32.3%를 기록했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비정규의 정규직 전환이 잇따르면서 비정규직은 줄고, 정규직은 늘어나는 방향으로 근로형태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 혜택을 입지 못한 비정규직들은 근로조건이 더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3월 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253만3000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7만9000원(3.2%) 늘어난 반면,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141만2000원으로 2만원(1.4%) 감소했다. 이에 따라 월급격차도 지난해 3월의 102만2000원보다 9만9000원(9.7%) 늘어난 112만1000원을 기록했다. 이는 통계청이 2004년 비정규직 규모를 측정하기 위해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를 실시한 이후 최대 폭이다. 평균 근속기간도 정규직 근로자는 1년 전보다 3개월 늘어난 7년이었지만, 비정규직은 2년5개월로 지난해와 동일했다.

세종=김동호 기자, 박진석·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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